정부는 최근 17조5천억원 정도의 통합재정상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인수나 실업대책등에 재정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재정적자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정도 수준으로 80년대 이후
겪어 보지 못했던 대규모 재정적자인 것이다.

이러한 적자재정이 그동안 유지해오던 건전재정의 기조가 깨지는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국민에게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정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불안요인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재정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소득분배의 형평성을 도모하며
경기조절을 하는 세가지 기능을 갖는다.

이중에서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이 최근에는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재정의 지출측면만을 보면 경기조절을 위해 정부는 불황기에 재정지출을
늘리고 호황기에 재정지출을 줄여주어야 할 것이다.

경기변동의 흐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하여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재정지출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재정지출 증가율을 일정하게 유지해도
경기흐름에 따라 세입이 변해주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경기조절의 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라고 한다.

재정의 자동안정화란 경기가 과열될 때는 세입의 증대로 경기를 진정시키고
경기가 침체에 빠질 때는 세입의 감소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기능을 재정이
보유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제 재정은 자동적으로 경기조절역할을 하는 자동안정화기능과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기조절하는 재량적 기능의 두가지 기능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최종적인 재정수지차에는 자동안정화장치에 따른 부분 외에도
재정활동의 재량적 변화에 따른 부분이 혼재되어 있게 마련이다.

재정수지차에서부터 자동안정화장치에 의한 부분을 제거하면 재량적
재정활동에 의한 재정수지차가 남게되는데 이 변화를 살펴보면 재량적
재정기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IMF가 재량적 재정기조의 측정을 위해 개발한 지표가 재정팽창지수
(Fiscal Impulse Indicator)인데 재정기조가 팽창으로 선회할 때에는
플러스 값을 나타내는 한편 긴축으로 선회할 때에는 마이너스 값을
나타내도록 정의되어 있다.

이를 경기변동을 나타내는 국민총생산(GNP) 갭과 비교해 과연 정부의
재정운용이 경기조절에 제기능을 했는가를 평가할 수 있다.

GNP 갭의 경우 부호가 플러스이면 경기과열을 의미하고 마이너스이면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GNP 갭과 재정팽창지수는 서로 반대방향의 부호를 나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테면 GNP 갭이 플러스이면 경기가 과열되었음을 의미하므로
재정기조는 긴축적이 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선 재정팽창지수의 부호가 마이너스가 돼야 한다.

즉 경기역행적 재정운용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경기역행적 재정운용은 경기가 과열일 때 재정을 긴축해주고 경기가
위축일 때 재정을 팽창해 주는 것이다.

우리재정의 경우 경기동행적이었다고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즉 경기침체기에는 긴축재정을, 경기과열기에는 팽창재정을 운용함으로써
경기조절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건전재정을 유지한 것에 대해서만 높이 평가하고 만족해 온 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극심한 경기침체기에는 더 적극적인 팽창재정을 시도하여
적자재정의 운용을 감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cban@yurim.skku.ca.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