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정 침투에 이은 북한 무장간첩 침투사건이 모처럼 활기를 띠던 대북
경협에 악영향을 미치지않을까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는 이번 무장간첩 침투사건으로 우여곡절끝에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대북경협 실무단의 방북이 또다시 연기되고
당초 지난달 30일로 계획됐던 소 5백1마리의 추가 북송이 마냥 늦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북경협 실무단은 지난 8일 통일부로부터 방북 승인을 받아 지난 11일
베이징(북경)을 통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1주일 가량
늦어진 상태며 소떼 추가북송 일정은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러나 경협실무단의 방북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당국의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현재의 예정대로 이번주말이나 다음초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게 될 경우 유람선관광을 위한 장전항 접안시설 착공이 이달말께
가능해지고 이에 따라 오는 9월25일 금강산유람선 첫출항 계획은 큰 차질
없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대북 경협이 정치 군사적인 사건에 민감한 만큼
침투 사건이 계속될 경우 금강산 관광사업에 변수가 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남북한 당국자들과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실향민
등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지 않고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진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삼성물산이나 남포공단에 공장을
운영중인 대우도 일련의 사건이 정부의 "햇볕정책"과 정경분리 원칙에
악영향을 미치지않을까 주목하고 있다.

삼성과 대우는 특히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이 별탈없이 추진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 실현 여부가 남북경협을 추진중인 기업들에는 향후
사업여건을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일로 우리 정부가 감정적 대응을 하면
냉전체제유지를 희망하는 북한측의 전략에 휘말리게 된다"며 "정치
군사적으로 대응하되 경제 교역에 대해선 만큼은 정경분리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도 현대만큼이나 최근 잇단 북한의 도발로
피해를 보고있다.

기협중앙회는 박상희 회장 등 회장단과 중소기업인 10여명으로 방북단을
구성, 북한내 임가공 및 투자여건 조사단을 이달중 파견키로 했으나 북한
광명성연합회의 초청장을 아직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초청장 발부 지연이 최근 잇단 간첩 침투사건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아무래도 이달중 방북은 힘들
것같다"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