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집권당인 자민당이 지난 12일의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가 당총재와 총리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혀서가 아니라
이번 선거결과가 앞으로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환율 주가 등이 모두 약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당면한 금융.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일본의 경제개혁과 경기회복이 본격화되기를
바란다.

자민당도 이번 선거에서 어느정도 고전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로
참패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번 참패가 전후 최악의 경제난 탓이라는 점에는 누구나 같은 의견이지만
일본의 불황이 어제오늘 시작된 것도 아닌데 이번 일본 유권자들의 "반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쨌든 이번 선거결과가 당장 일본정계에 극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 같지는
않다.

중의원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자민당이 아닌
정당이 정국을 주도할 것도 아니다.

후임총리로 오부치 게이조 외상, 가지야마 세이로쿠 전 관방장관 등 여러
사람이 얘기되고 있지만 누가 총리가 돼도 당장 뾰족한 수가 없을 정도로
정책선택의 여지가 좁은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일본국민들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8년째 계속되는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확실한 리더쉽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하시모토 정권도 행정개혁 재정개혁을 내걸고 처음 출범했을 때에는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행정개혁은 "부처수 줄이기"로 전락했고, 재정개혁은 동남아
통화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고조된 국내외 압력에 밀려 영구감세 시행으로
표변한데다 감세시기마저 선거눈치를 보는 등 끝까지 갈팡질팡한데 대해
일본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본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투표시간이 전보다 2시간 늘어난 탓도 있지만 투표율이
지난 95년보다 무려 14.3% 포인트나 높아진 58.8%에 달한 점도 이같은 일본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 12일 "금융시장동향" 보고서에서
강조했듯이 아시아 금융위기는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일본의 경기
침체와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 한 아시아 금융시장은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미국정부가 촉구한 대로 참의원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부실채권 정리및 경기부양책을 일관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번에도 일본정부가 경제개혁및 경기회복을 바라는 국내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면 내년 총선거 이후 일본 정치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시아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안한 일이다.

이때문에 아시아는 물론 세계가 일본의 향후 진로를 주목해야 하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