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4남 정한근 부회장이 러시아의 루시아석유회사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주식대각대금 3천2백70만달러
(한화4백60억원)를 해외에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강충식)는 13일 한보그룹 계열사인
동아시아가스의 이사인 정부회장과 대표이사 전규정씨 등 5명이 스위스은행
등에 비밀계좌를 개설, 비자금을 은닉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은 이들중 전씨와 상무이사 이필원씨 기획부장 임종인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재산해외도피및 배임)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정부회장을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또 해외에 체류중인 부사장 김을수씨에 대해 자진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부회장 등은 동아시아가스를 통해 매입한 루시아석유회사
주식 1천2백여만주(전체의 27.5%)중 9백만주를 러시아 시단코회사에 지난해
11월 매각했다.

동아시아가스는 총매각대금이 5천7백90만달러인데도 한국은행에
2천5백20만달러라고 신고하고 나머지 3천2백70만달러를 비자금으로 조성,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예치했다.

정부회장은 이 은닉자금중 2천6백80만달러를 받아 이중 2천1백만달러를
지난 5월 말레이시아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실체없는 서류상 회사)를 통해
국내로 반입, 동아시아가스 주식 50%를 취득했다.

한보그룹의 해체과정에서 동아시아가스의 기존지분이 국세청에 모두
압류되자 외국기업이 동아시아가스에 투자하는 것처럼 위장, 경영권을
재확보하려한 것이다.

나머지 5백80만달러는 정씨와 전씨 등이 비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미국과
스위스은행에 예치됐다.

전씨 등 회사임원들은 3천2백70만달러와 2천6백80만달러의 차액인
5백90만달러를 정부회장이 모르게 별도로 챙겨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수사결과, 정부회장의 비자금은닉은 한보그룹해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96년 1월 한보그룹 부도와 부친인 정총회장의 구속으로 전재산을
잃는다는 위기감에 러시아투자지분을 매각, 비자금조성을 모의했다.

정부회장의 비자금조성과정은 주도면밀했다.

스위스은행 홍콩은행 등을 자금세탁루트로 이용했고 외국유령회사를 설립,
완전범죄에 가까울 정도로 자금을 몰래 국내에 들여왔다.

모든 한보그룹 계열사들이 거덜났지만 동아시아가스만큼은 건지는 듯했다.

국내에 들여온 2천1백만달러로 동아시아가스 주식 6백만1주를 외국
유령회사를 통해 매입, 경영권을 재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모든 계획이 성공한 막판에 검찰첩보망에 걸렸고 임직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전모가 드러나 정부회장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