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공급 확대주장에 대한 한은의 입장은 12일 발표된 "최근의 통화공급
확대주장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통화증발을 통한 인플레이션 정책이 구조조정의 수단이 될 수
없고 금리하락이나 신용경색 완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한은의 입장
이다.

한은은 기업구조조정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고 단언했다.

즉 기업은 자신의 노력 없이도 실질채무부담이 경감되고 매출액이 증가해
수익이 개선되므로 경쟁력 없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뿐 아니라 종래의
차입에 의한 확장위주 경영행태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통화확대를 통한 금리하락유도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현재와 같은 심각한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는 상태에서 돈을 풀어 봤자
돈은 금융권에서만 맴돌뿐 돈이 필요한 기업에는 흘러가지 않는다는 근거
에서다.

이렇게 되면 콜금리 등 제도권금리는 떨어질수 있으나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은 전혀 경감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섣불리 돈을 풀어 금리를 떨어뜨리기 보다는 기업구조정을 신속히
단행, 신용경색을 완화하는게 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아울러 고용확대나 실업축소 등을 위해서도 인플레정책은 근본적 처방이
될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인플레정책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돼 고용을 늘릴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심화로 고용이 오히려
감소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따라서 인플레이션 정책은 구조조정의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매듭
지었다.

특히 과거 60~70년대와 같이 풍부한 여유 노동력이 존재하고 노조의 영향력
이 크지 않으며 금리도 규제되던 시기에는 인플레이션 정책이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
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일단 시작되면 이를 제어하기가 어려워 시간이 갈수록 그
폐해가 커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정책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면서 조속하고 단호한 구조
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훨씬 낫다는 주장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