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기업인수합병)가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M&A가 세계적인 붐을 이루고는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M&A를 발표하고
나서 오히려 주가가 폭락해 고통받고 있다.

M&A뉴스가 전해지면 해당기업의 주가가 오르면서 주주들이 이득을 보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준비가 덜된" M&A는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높여 주가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낸다.

지난달 24일 합병계획을 발표한 AT&T가 대표적인 케이스.

이 회사는 케이블TV업체인 TCI사를 3백17억달러(약41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무려 13%나 곤두박칠쳤다.

통신과 케이블TV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꼽히는 양사가 손잡을
경우 장미빛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고 떠들어댄 언론보도와는 대조적인
결과다.

사정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TCI의 존 맬론 회장은 급기야 13일 "주가가
이렇게 떨어질 경우 합병문제를 다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서기에 이르렀다.

월가에서는 "이종업체의 수평 결합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라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 투자자들이 큰 기대를 걸지않고 있다는
말이다.

또 엄청난 인수비용이나 합병과정의 기술적 어려움 등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라는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웰스파고(금융업)와 SBC커뮤니케이션(통신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웰스파고는 3백억달러(약39조원)를 들여 동종업체인 노웨스트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마자 주가가 14%나 떨어졌다.

SBC커뮤니케이션도 아메리테크를 5백6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했으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는 상관없이 주가는 발표 이전 수준으로 급락했다.

웰스파고의 경우는 주력 분야가 다른 두 업체의 합병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문제가 지적됐고 SBC커뮤니케이션은 자금동원 문제와
반독점법의 그물에 걸려 합병이 사실상 무산될 지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M&A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준비안된"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박수진 기자.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