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재원마련을 위해 마지막 "히든카드"을 빼들었다.

올해 러시아에만 신규로 1백25억달러를 지원키로 약속했으나 재원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아시아 외환위기국에 대한 지원으로 거의 바닥을 드러낸 IMF금고의 현재
가용재원은 지난 80년대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미 의회도 클린턴 행정부가 IMF재원확충을 위해 요청한 1백80억달러
중 35억달러만을 승인할 태세여서 러시아와 아시아위기국을 돕고 나면
빈털털이 신세가 되고 만다.

만약 또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외환위기가 발생하거나 기존의 위기가
악화될 경우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데 IMF의 고민이 있다.

IMF가 빼들은 카드는 초긴급상황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았던
"일반차입협정(GAB)"가동이다.

GAB제도는 지난 62년에 도입된 것으로 IMF가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
22개 선진국 및 중앙은행으로부터 최고 5백억달러까지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한 긴급 현금조달 장치다.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는 "비공식 접촉 결과 10개 선진국의 재무관리들이
IMF의 GAB가동 요청을 승인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다음주초 GAB가동을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는다는 게 IMF의 계획이다.

그동안 GAB는 단9차례만 가동됐다.

지난 78년 달러방어용으로 미국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기위해 가동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처럼 20년동안 사용하지 않던 GAB를 가동시키기로 한 것은 IMF의
자금사정이 그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제는 GAB가동이후에도 IMF재원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IMF관리들은 "GAB가동은 현재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일
뿐"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미 의회가 미국의 대IMF자금지원을
하루빨리 승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의 지원으로 아시아 각국과 러시아등이 최악의 고비를 벗어나고
있지만 IMF관리들의 고민은 정작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다.

< 김수찬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