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진단 ]

한상춘 <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 >

이달들어 원화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14일 국내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은 1천2백88원까지 떨어지면서 외환
위기가 한창 진행됐던 지난해 12월8일 이후 7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환율이 급락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외환사정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금년들어 상품수지 흑자가 월평균 30억달러 이상에 이르고 외자유입도
상반기중 80억 달러를 웃도는 등 외환사정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고
있다.

여기에 원화의 가치방어 능력이 높아진 점도 원화환율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때 60%에 이르던 단기외채 비중이 26.1%로 줄어 들었고, 가용외환보유고도
6월말 현재 3백70억달러를 상회함에 따라 엔화 환율 등 주변여건이 불안한
속에서도 환율이 독립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물론 최근의 원화 환율이 하락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s)이 정상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원화 환율이 하락함에 따라 우리 경제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금리인하 등의 정책여지도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의 환율수준이 우리의 경제기초여건에 비추어 정상적인 것이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환율수준은 국내산업기반이 급속히 붕괴되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달러화 수요부족 탓으로 생긴 것이다.

따라서 환율하락을 그래도 방치할 경우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오히려
장애가 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 중요
하다.

문제는 금년 하반기에도 제1 수출시장인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이고, 현재 미.일간의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지금의 엔저
추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환율마저 최근처럼 낮은 수준이 유지될 경우 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여지는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미 올해들어 원화 가치는 최근까지 30% 절상된 반면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국 통화는 각각 6.4%, 5.3%, 2.0% 절하됐다.

더욱이 우리 수출상품은 가격외에 품질과 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환율상태에서 우리 수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 하반기에 외자유입은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의 성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상반기 외자유입의 주요인이었던 환차익 등의 투자메리트는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하반기에도 엔저와 위안화 절하가능성, 러시아 금융위기 등 복병들
이 상존하면서 세계경제여건은 여전히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당국이 비정상적인 환율하락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지난번 외환위기
때처럼 자충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최소한 경쟁국의 환율움직임에 역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정책적으로 운신의 폭이 있을 때 시장에 남아도는 달러를
적극 매입, 원화환율을 상승시켜 수출상품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이어 매입된 달러화를 가용외환보유고에 확충하거나 무역금융상의 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들의 수출지원자금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