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휴렛팩커드(HP) 컴팩컴퓨터 등 미국내 주요 컴퓨터 업체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미국 증시의 지표로 쓰이는 다우존스 지수가 14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대부분 기업들이 환호성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시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지난 2.4분기 실적이 변변치 않은데다 여름철
비수기까지 앞두고 있어 올 매출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지 의문시 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들 업체는 PC시장의 수요 예측에 실패, 재고가 크게 늘어나자
이를 처리하기 위한 가격경쟁에 나서고 있어 수익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에서는 "재고증가", 밖에서는 "아시아 경제위기"로
컴퓨터 업계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컴퓨터칩 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인텔의 올 2.4분기 실적이
이를 대변한다.

인텔은 올 2.4분기의 순익이 작년에 비해 무려 29%나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컴퓨터 수요가 줄면서 칩
가격을 대폭 다운시킬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인텔이 이 모양이니 다른 컴퓨터업체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IBM은 매출이 약간 늘긴 했지만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

엔화등 아시아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제품 수출가격이 올라
경쟁력이 급락한 결과다.

경영귀재 루이스 거스너 회장을 영입해 4년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
호기가 "아시아 통화"라는 복병을 만나 꺾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IBM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IBM은 지난 분기동안 서비스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형 컴퓨터와 PC,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반도체 분야에서 골고루 당초보다 매출이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일본 한국 등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여야 하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마켓셰어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 2.4분기동안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은 지난해보다 10%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지난해에는 이 지역에 대한 매출이 30%정도 증가했었다.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매출과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와
2%밖에 늘지 못했다.

사실상 제자리다.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게 맞다.

컴퓨터업계 2위인 HP의 사정도 마찬가지.

이 회사는 그동안 매년 20%씩의 매출성장을 구가해 왔으나 최근들어
12%대로 뚝 떨어졌다.

경쟁업체인 컴팩과의 가격경쟁으로 일부 품목에서는 최대 50%까지
할인을 감행, 수익도 크게 줄었다.

HP 역시 미국내에서는 PC 재고처리 문제로, 아시아에서는 주력상품인
잉크젯 프린터의 가격상승과 경쟁심화로 예상만큼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컴팩컴퓨터도 동종업체인 디지탈이퀴프먼트(DEC)를 인수하는데 앞으로
40억달러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PC재고 누적으로 당초 계획을
채우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가 당분간은 호전되기 어려운데다
미국경제도 급성장세가 꺾이는 조짐이어서 컴퓨터 업계의 어려움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