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의 국제 공개경쟁입찰 요령이 15일 발표되자
기아를 인수하기 위한 응찰 대상업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날 산업은행 기자회견장에는 현대 삼성 등 응찰업체의 기아 인수실무팀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 입찰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포드자동차 웨인 부커 부회장도 이날 방한해 입찰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금까지 기아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회사는 포드를 비롯해
현대와 대우 삼성 등 4개 업체다.

일단 포드는 일본내 계열사인 마쓰다와 공동응찰하게 된다.

포드가 단독으로 응찰해 기아 지분 51%를 인수할 경우 미국 지분법에
따라 10조원이 넘는 기아의 부채가 자신의 연결재무제표에 나타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30%이상을 인수해도 기아의 손익을 반영해야 하는만큼 포드 본사는
30% 미만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마쓰다가 떠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자동차 인수를 바라고 있는 스웨덴 스카니아도 포드 컨소시엄에
들어가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현대와 대우의 컨소시엄이다.

양사의 컨소시엄이 가능해 보이는 것은 기아와 아시아가 함께 매각돼
혼자 인수하는데는 부담이 큰데다 서로 나누어 인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대우가 현대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의했으며 현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곧 양사 최고경영진들이 만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은 해외 자동차메이커와 공동 응찰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결론이 나온 것은 없다.

그동안 기대했던 포드와의 컨소시엄 협상은 결렬됐다.

다만 외국자본을 주주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곧 내한할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와는 5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
(CB)를 넘겨주는 양해각서를 교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유럽과 일본에서도 같은 형태의 자본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컨소시엄을 살펴볼 때 가장 유리한 업체는 포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는 세계 자동차업계 2위 메이커이자 세계 제조업체 순위에서도
3~4위를 오르내리는 거대 기업.

따라서 자금조달 능력은 물론 장기경영발전 기여도, 종업원 유지 및
수출확대 등에도 국내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포드는 그동안 기아와 접촉하면서 고급 기술의 추가제공과 수출확대
계획등을 충분히 설명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입찰 준비에서도 다른 업체에
비해 앞서가고 있다는 평이다.

불리하기는 현대-대우나 삼성 모두 마찬가지다.

삼성은 자동차 후발업체로서 기술 수출체계 등이 경쟁상대에 비해
크게 미흡하기 때문이다.

다만 배점이 높은 고용유지등에서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

현대와 대우는 고용유지 등의 평가에서 불리하다.

그러나 장기경영발전 기여도, 수출 기여도 등의 측면에서는 포드와 비교해
입찰 조건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자신하고 있다.

기아 인수에는 최소한 1조7백10억원의 주식매입대금이 필요하다.

기아가 7천6백50억원, 아시아가 3천60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중요치 않다.

모든 회사들은 부채탕감 규모 및 채무 상환조건 조정(리스케줄링) 결과에
따라 응찰 여부가 결정난다고 말하고 있다.

조건이 나쁠 경우 유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