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에서 정리된 북한 무장간첩
침투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은 군사 외교적으로 북한에 강력대처하되
햇볕정책의 기조는 유지한다는 것으로 격앙된 국민감정에도 불구하고 대북
정책의 일관성 유지 쪽에 비중을 두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이날 회의에서 의결된 대응책은 확고한 안보태세 유지와 교류협력추진을
병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북 3원칙"중 제1원칙이자 햇볕정책의 기본전제가 되는 원칙은 무력도발
불용임을 강조하면서 무장간첩 침투와 같은 군사도발은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및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남북 교류협력에 제한을 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북한의 사과가 없다면 제2차 "소떼 방북"과 금강산 관광및 개발사업도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보수층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의 기조를 계속
견지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당장의 국민정서에 편승해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장기적 안목
에서 신중하고도 유연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된다.

애당초 북한의 도발적 속성이 하루아침에 변할 것으로 기대하며 햇볕론이나
정경분리원칙을 내세웠던 것이 아닌 이상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긴
안목으로 인내심을 갖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햇볕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어떻게 북한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끝까지 추궁해 재발방지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사과는 커녕 남한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태도로
보아 가까운 시일내에 사과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늘 판문점에서 열리는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간의 장성급 회담에서
이번 사건을 강력히 추궁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성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
하다.

그렇다고 아주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잠수함 사건 때도 북한측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결국
사과성명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미.일 등 우방국의 거중조정수단을 적절히 동원한다면 북한의
태도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남북관계의 장기적 경색을 두고볼만큼 북한의 경제 사정이 여유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외교역량이 아쉬운 때이다.

국민들도 보다 의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남한내 햇볕론자들과 보수세력간의 갈등을 증폭
시키기 위한 책략이라면 도발에 대한 과민반응은 북한이 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