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글로벌소싱(Global sourcing)에 나서라"

월마트라는 공룡이 한국시장에 발을 내딛으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에게는
글로벌소싱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글로벌소싱은 지구촌 구석구석을 뒤져가며 찾아낸 저렴한 원료를
인건비가 싼 곳에서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만든뒤 이를
매장에 투입하는 상품조달방법.

가격뿐 아니라 유통업체간 고객확보싸움의 승패를 가름하는 "키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월마트가 "비행기만 빼고 모든 상품을 항상 저가로 파는" 유통시장의
거인으로 성장한 힘도 바로 여기에서 나왔다.

조 해트필드 월마트인터내셔날 아시아담당사장은 한국 점포에서는
한국산상품을 주로 팔겠다는 의미로 "중국 월마트매장이 중국산을 95%이상
취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인건비가 다른 어느나라보다도 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상품은 글로벌소싱으로 조달한 상품이나
다름없다고 봐야한다.

또 해외기업을 한국내 사업파트너로 끌어들이겠다고 밝힌 대목을
고려하면 월마트를 창구로 값싼 외국상품이 물밀듯이 밀려올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상품이 안방에서도 자칫 하면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업체들이 월마트를 "고질라"로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월마트와 가장 먼저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된 국내 할인점들은 아직
글로벌소싱 능력을 갗추지 못했다.

국내 제조업체가 생산한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가격을 낮추는데만
열중했을 뿐이다.

대표적인 국산할인점들이 판매상품의 불과 7%선만을 외국에서 들여다
판매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월마트의 강점인 글로벌소싱 뒤에는 첨단 정보시스템이 숨쉬고 있다.

정보시스템의 핵심은 3대의 인공위성으로 구축된 정보망이다.

이 인공위성은 산지의 가격동향을 체크하는등 정보수집과 GPS
(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운송차량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사용된다.

본사가 수시로 주문을 받아 주문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차량에
배달을 지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류비를 끌어내릴 수 있는 핵심요소다.

월마트는 또 공급업체를 정보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였다.

대표적인 업체가 P&G.

월마트는 상품판매현황을 온라인으로 P&G에 넘겨주면 P&G는 이를 바탕으로
재고를 파악해 품절된 제품이 없도록 곧바로 납품한다.

P&G는 이를통해 물류비용을 10%, 재고를 30~40% 감축시켰다.

QR(Quick Response)시스템을 활용한 제판동맹을 구축한 것이다.

월마트에 한국산 상품을 납품하고 있는 프렐코리아의 관계자는 "장기간의
거래를 바탕으로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월마트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글로벌소싱 능력을 갖춘 월마트에 맞서야하는 국내 유통업체는
물류의 기본인 상품코드 단일화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태다.

물론 물류비를 절감하는데 기본인 물류센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서영철 경영기획실부장은 "월마트의 글로벌소싱 능력은
위협적"이라며 "가격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저가양질상품 확보와
물류정보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