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는 올해초까지만 해도 타금융권에 비해 전반적인 상황이
나은듯했다.

흔해진 구조조정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았고 비용절감 등 "군살빼기"의
필요성이 강조됐으나 실제로 영업일선에까지 확산되는 기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금융열등재인 보험상품중에서도 일상생활이나 기업활동에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자동차보험 해상보험 등 취급상품의 특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손보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삼성 현대 등 대형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 신호탄이 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를 주도해가는 상위사의 움직임은 곧바로 경쟁타사나 중하위사로
확산돼 간다.

사람을 줄이고 임금을 깎지 않곤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이는 올 3월말로 끝난 지난 사업연도 업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단일종목으론 가장 큰 자동차보험시장은 사상처음으로 한자릿수
성장에 그쳤다.

지난 한햇동안 11개 손보사가 거둔 자동차보험료는 모두 6조1천6백72억7천만
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2.4% 늘어난데 만족해야 했다.

책임보험쪽은 보험료 인상등에 힘입어 28.8% 증가한 2조5천5백50억5천6백만
원에 달한데 반해 종합보험에선 3조6천1백22억1천4백만원이 들어와 무려
10.4% 줄었다.

책임보험 보상금이 높아진 만큼 보험료가 그쪽으로 들어간 것도 있지만
작년 하반기이후 가입자가 임의로 가입하는 종합보험부문의 시장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올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새로운 유망시장으로 주력해온 장기보험쪽도 여의치 않긴 마찬가지다.

기존계약덕분에 보험료수입은 6조원대를 넘어섰으나 신규영업은 순수장기나
개인연금 모두 한자릿수 신장이라는 부진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임원배상책임보험 등 특종보험이나 타업종과의 제휴마케팅을 통해
상해보험쪽 수요가 일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손보업계는 이같은 시장상황을 반영, 초긴축과 손익위주로 경영의 큰 틀을
새롭게 짜나가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10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경기침체에 따른 보험수요
축소와 자산운용상의 제약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했다.

이 회사는 일단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텔레마케팅 등 새로운 판매채널을 통한 시장저변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동부화재는 고객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GOGO+1"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보상업무 강화 등 보험 고유업무를 차별화함으로써 사실상 2위자리를
굳힐 방침이다.

자동차보험의 원조라는 점을 십분활용해 회사이름을 고유브랜드화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현대해상도 업무추진비를 30% 축소하는 등 기존 예산편성기준을 하향조정
하고 신규사업 계획을 전면 보류하는 초긴축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향후 유망분야로 판단되는 장기보험분야에서의 우위선점을 위해 금리감응형
상품개발과 상해 질병 개호 등을 보장해주는 이른바 제3분야 시장 공략에
최우선을 두기로 했다.

2위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LG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균형성장이라는
모토아래 전 사업구조를 효율중심으로 재구축하는 한편 현장밀착영업전략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올들어 사업비 10% 절감운동을 전사적으로 펼치는 동양화재나 제일화재
국제화재 등도 장기불황시대를 예고하는 IMF시대 극복에 나서고 있다.

국제화재 이영서 사장은 "중위권회사로서 회사의 대외신뢰도를 높이는 길이
생존전략의 첫번째일 수밖에 없다"며 "화재 해상보험 등 기업보험쪽에 중점을
두면서 시장변화에 신속 정확하게 대응하는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위권 회사의 생존전략은 향후 예상되는 국내보험시장의 추가 개방과 보험
구조조정이라는 큰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이들 회사의 움직임에
적지않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