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 상업 한일 등 이른바 "빅3은행"의 장래가 대형은행간 합병보다는
외자유치를 통한 홀로서기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대형은행간 합병을 굳이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을 잇따라
내비치고 있는데다 이들 은행이 제시한 외자유치계획을 수용할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15일 "조흥 상업 한일은행이 보고한 외자
도입을 통한 합작안을 검토한 결과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구체적인 도입계획서를 제출하면 실현가능성을 면밀히 검토, 가능한한
수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 은행이 우선주형태 등으로 자본참여를 성사시키면
증자로 인정할 방침이지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는 이면계약을 맺을 경우
차입으로 간주, 인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보완자본에 포함되는 후순위채발행도 합작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위의 이같은 태도는 외환은행식의 순수한 합작이 아닐 경우 외자유치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선 대형은행간 합병"을 주장하던 정부의 방침이 "선외자유치,
후대형화모색"으로 변화한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규성 재경부장관은 이에앞서 "대형은행간 합병을 강제로 추진하면 효과가
없다"고 말해 인위적인 합병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이날 CBS와의 전화대담에서 "조건부승인 역시
승인이며 따라서 경영개선을 위해 몇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내용의 이행
계획을 제출하면 된다"고 말해 합병유도에서 한발 후퇴했음을 시사했다.

정부의 빅3은행 처리방침이 이처럼 급선회함에 따라 이제 공은 3개 은행
으로 넘어갔다.

과연 얼마나 실현가능성있는 외자유치계획안을 제시할수 있느냐에 따라
"홀로서기" 여부가 결정되게 됐다.

한일은행의 경우가 성사가능성이 가장 높은 편이다.

한일은행은 이미 미국계 주간사은행과 공동으로 재경부 금감위에 "30억달러
외자유치 계획"을 설명했다.

50조원의 자산중 불건전자산 10조원을 배드뱅크(Bad Bank)로 이관한뒤
40조원을 운용할 굿뱅크(Good Bank)에 30억달러를 유치한다는게 골자다.

이렇게되면 앞으로 3년동안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
이상으로 유지할수 있다고 주간사은행은 설명했다.

다만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가 2조원을 배드뱅크에 출자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 계획은 정부관계자들에게 상당히 "신선한 모델"로 받아들여졌고 정부
방침이 급선회한 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한일은행은 오는 20일까지 주간사은행으로부터 구체적인 외자유치일정및
방법을 받아 금감위에 보고한뒤 승인을 받는대로 9월말까지 합작을 성사시킬
계획이다.

조흥은행의 경우도 합작작업이 상당히 진척돼 있다.

재미 벤처기업인인 김종훈씨가 미국쪽 투자자들과 함께 최대 5억달러까지
자본에 참여할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투자원금을 회수할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부보증과 일정의
이익률을 요구하고 있어 변수다.

지난주 미국을 방문,막바지 협상을 벌인 조흥은행 위성복 전무는 이에대해
"정부보증은 인위적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충분한 것 아니냐"고
말해 합작성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상업은행은 프랑스계 파리바은행을 주간사로 선정, 미국 보험사 등을
상대로 합작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2억-3억달러를 출자하겠다는 유력한 기관이 나선 상태다.

그러나 이 기관도 역시 일정 수익률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상업은행은 이에대해 출자만 해준다면 신축중인 본점을 원가에 넘길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정부가 어떻게 인정할지가 변수다.

[ ''빅3''은행 합작추진 현황 ]

<>.조흥
- 합작파트너 : 김종훈 유리시스템즈 회장
캐네스 브로디 전 미국수출입은행장 조성펀드
- 출자금액 : 2억~5억달러
- 전제조건 : 정부보증
일정수익률 보장

<>.상업
- 합작파트너 : 유럽계 금융기관(프랑스 파리바은행 주선)
미국계 보험사
- 출자금액 : 2억~3억달러
- 전제조건 : 일정수익률 보장

<>.한일
- 합작파트너 : 미국계 금융기관과 일반투자자
- 출자금액 : 30억달러
- 전제조건 : 정부가 배드뱅크에 2조원 지원해줄 것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