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횃불을 높이 치켜들었던 민주노총이 스스로 꼬리를 내렸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과 같다.

한쪽에서 생산중단이란 극단적인 카드를 내밀었지만 다른 쪽에선 재고정리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니 애당초 전선이 확대되기는 틀려버린
게임이다.

파업철회를 대단한 용단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사고방식이 더욱 눈길을 끈다.

막무가내식 투쟁이 아니라 냉정한 자본의 논리와 현실경제의 밑바닥 사정을
헤아리는 분별력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모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노동계의 달라진 모습은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주식을 사도 좋다는 신호가
아닐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