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공단에 있는 에이비씨전자(대표 손병문)는 음향기기 부품인
수정진동자의 소재를 만드는 업체다.

이 분야에선 국내에서 하나뿐인 기업.지난 5일 이 회사는 인천 남동에
있는 해성전자의 수정진동자 원석 가공부문을 인수했다.

해성전자가 쓰던 멀티블레이드 래핑머신등 5가지의 설비를 3억3천6백만원에
인수한 것.

에이비씨전자가 도입한 설비는 한결같이 외국에서 제작한 기계.

멀티블에이드는 일본의 아시아사가 만든 것이고 연마기등은 일본
삼립정밀과 미국의 트랜새트사가 제작한 것이다.

이들 설비를 신규로 도입한다면 적어도 10억원이상의 자금을 더들여야
가능했다.

그러나 국내기업과 맞바꾸기 하는 덕분에 적은 돈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에이비씨전자는 이 설비들을 활용, 수정진동자 원석을 가공해 일본으로
수출할 계획.

이미 일본으로 부터 주문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다.

해성전자는 이번에 사업부문을 처분하는 대신 전자부품분야에 더욱
중점을 두기로 했다.

요즘 이 기업들처럼 특정 사업부문을 서로 사고 파는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다.

이른바 "빅딜(대기업 사업 맞바꾸기)"은 계속 머뭇거리고 있지만
"스몰딜"은 이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최근 성보전자와 이화정공, 한주화학등이 기존 사업부문을 서로 주고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경기 의왕에 있는 전자부품업체인 주식회사 비비아이도 안양에 있는
태평산업으로부터 회로기판 제조에 필요한 칩마운터 설비를 도입하면서
새사업에 참여했다.

안양 관양동에서 금형코아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회로기판사업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이를 도입했다.

인수합병 전문업체인 한국M&A가 주도한 영우통상, 미래와 사람,
태평양패션 등의 인수합병도 이런 스몰딜에 속한다.

중소기업계에서 이런 스몰딜이 일어나는 까닭은 현재 계속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부문을 효율적으로 처분하거나 적은 돈으로 새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이같은 스몰딜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

빅딜과 달리 스몰딜은 현재까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효율적인 거래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중소기업들이 충분한 정보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빅딜처럼 정부가 강압적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중소기업
분야의 맞바꾸기는 믿을 만한 공공기관에서 정보를 알선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적자를 내는 사업부문을 M&A회사에 내놓고 싶어도
나쁜 소문이 돌까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삼도기업물산이 시화공장을 내놨다"라는 소문이 나돌면 이 회사는
어음을 발행할 수조차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몰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관으로선 중소기업진흥공단
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중진공은 제조업체들의 생산 설비현황을 대충 파악하고 있는데다
지도사업을 통해 인수합병을 주선해 경험이 있기때문이다.

산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위해선 강압적인 빅딜 보단 스몰딜 지원이 훨씬
시급한 상황이다.

< 이치구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