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퇴출위주에서 기업가치 회생작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이규성
재경부장관의 대통령주재 경제대책조정회의보고는 중대한 정책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간 합병이 없을 것임을 짙게
시사한 금감위방침과도 이어지는 것이고, 고합그룹이 첫 대상이 된 이른바
워크아웃(기업가치회생작업)의 확대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50여개의 퇴출기업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형식의 부실정리는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임을 점치게도 한다.

이같은 구조조정 정책전환의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동화 대동 등 5개 은행 퇴출방법상의 문제점과 그에따른 휴유증을 의식한
것이라는 추측도 있을 수 있다.

또 작년하반기이후 계속된 부도사태속에서 도태돼야할 것들이 상당수
쓰러졌기 때문에 이제 기업회생을 지원해야할 단계가 됐다는 인식일 수도
있다.

그 어떤 동기에서건 구조조정 방법을 바꾸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는 5개 은행퇴출이 과연 금융산업의 경쟁력제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 대형시중은행간 강제적인
통폐합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으로 우려해왔다.

서울은행과 신탁은행간 합병의 선례도 그랬다.

구조조정은 반드시 해야할 과제지만, 그로인한 사회 경제적 충격을 가능한한
줄여야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해온 방법은 문제가 없지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55개 퇴출기업 명단발표도 그랬지만 5개 퇴출은행정리 역시 경쟁력제고측면
의 성과보다 비용이 너무 컸다는 것은 일반적인 인식이다.

5개은행 퇴출과정에서 드러난 금감위의 추진력으로는 대형 시중은행간
통폐합은 하려고 들더라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조차 없지않다.

어쨌든 우리는 대형시중은행간 강제합병을 하지않겠다는 방침을 환영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문제의 본질은 조흥 상업 한일은행 등을 통합시키느냐
마느냐가 아니라는 점도 동시에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야할 필요성은 여전히 시급한 과제이나
재경부의 보고는 이를 달성하기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주목한다.

조흥 상업 한일은행이 저마다 외자유치를 통한 증자를 추진중이나 그
조건은 하나같이 정부가 해결해주지않으면 불가능하게 돼있다.

수익률보장 정부출자 등 부대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위는 "조건이 붙는 외국인출자는 안된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구조조정방법을 바꾸겠다는 재경부보고이후에도 금감위방침이 계속 유효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우리는 하루빨리 정부가 현실성있는 대형시중은행 증자방법을 내놔야한다고
본다.

현재의 주가를 감안할때 외자유치외에는 달리 증자방법이 없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외국인출자자에게만 일정수준이상의 수익률도 보장하고 의결권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은 내키지않는 일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차라리 빨리
허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