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더위에 산업단지는 더 숨이 막힌다.

IMF 관리체제하에서 처음 맞는 여름.

극심한 불황에 여름철 비수기까지 겹쳐 업체마다 일감이 바닥나기 직전이다.

이대로라면 언제 공장을 세워야 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잔업이 없어진 지는 정말 오래됐다.

언제 내쫓길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근로자들의 목을 죈다.

이제는 여름휴가를 꺼내놓고 얘기할 처지도 못된다.

봉급과 보너스가 깎여 휴가를 떠날 여유도 없다.

경기도 시화산업단지내 자동차부품업체 S사의 공장장 최태호(가명.42)씨.

그는 IMF이후의 첫여름이 악몽과 같다.

작년과 비교하면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느낌이다.

경기가 썩 좋지 않았던 지난해만 해도 휴가보너스도 기본급의 1백%를
받았다.

설악산에 있는 사장 콘도를 빌려 가족들과 함께 1주일간 휴가를 보냈다.

그런데 올해는 휴가보너스가 다 뭔가.

회사 전체적으로 휴가계획이 없다.

언제 일감이 올 지 몰라 일요일에도 핸드폰 켜놓고 대기다.

올들어 직원들을 3분의2나 내보낸터라 1차 벤더에서 주문이 떨어지면 남은
인원으론 납기 지키기가 빠듯해서다.

직원들도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연월차휴가를 쓰게 하고 있다.

"휴가는 줄고 휴가보너스는 없고"

S사뿐 아니라 올 여름 전국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대체적인 휴가풍속도다.

공장을 쉬고 전직원을 휴가보내는 업체는 전체 업체의 54%로 지난해(76%)
보다 3분의1가량 줄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전국 산업단지 입주기업 1천5백7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나머지 업체들은 직원들은 번갈아 휴가 보내거나 연월차휴가로 때울
작정이라고 한다.

특히 연월차휴가로 때운다는 업체는 전체의 10%로 두배나 늘었다.

사내에서 아예 휴가 얘기도 못 꺼낸 업체가 전체의 24%나 됐다.

지난해 이맘 때는 휴가여부를 결정 업체가 전체의 2%에 불과했었다.

휴가비도 엄청 짜졌다.

휴가비를 주는 업체가 휴가가 있는 업체의 30%에도 못미쳤다.

지난해엔 75%였다.

그나마 금액도 줄어 기본급의 50%이하나 10만원~30만원을 정액지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작년에는 50%~1백%가 많았었다.

절반 가까이는 휴가비를 한푼도 안줄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휴가일수도 조금 줄어 3일~5일이 보통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휴가를 기점으로 잠정 휴업에 들어간다는 업체는 몇몇 있다.

기본급의 1백%이상 두둑하게 주는 업체는 휴가비가 있는 업체의 3분의1도
안됐다.

인천 남동공단내 자동화설비 생산업체 K사의 이종국(가명.34)씨는 "직원수가
줄었다해도 일감도 함께 줄어 휴가를 못갈 것도 아니지만 휴가갔다오면
구조조정 1순위가 되는게 아니냐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해 휴가를
앞둔 근로자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김용준 기자 dialec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