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조건부승인을 받은 7개은행(조흥 상업 한일 외환 평화
강원 충북)에 대해 8월20일까지 임시주총을 열어 대폭적인 물갈이를 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금감위는 "대폭"의 의미를 3분의 2가량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7개은행 71명의 임원(감사및 이사대우포함)중 50여명이 이번에
옷을 벗을 것으로 예상된다.

7명의 은행장중에선 5명안팎이 교체될 것이란 전망이다.

감사의 경우 거의 모든 은행이 외부에서 수혈받을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회오리는 조흥은행에서 불기 시작됐다.

장철훈 행장을 비롯한 조흥은행 전임원은 16일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2월 주총때에도 사표를 냈지만 당시엔 경영정상화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정도였다.

이번엔 성격이 다르다.

물러나겠다는 진짜 사표다.

조흥은행은 18일 오전9시 확대이사회를 개최,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장 행장은 곧이어 퇴임식을 갖는 것으로 돼있다.

이자리에서 다른 임원들도 함께 물러난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경영공백을 우려, 14명의 임원(이사대우포함)중 6명은
"생존"시키기로 했다.

6명은 은행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달말 제출할
자구계획안을 마련한다.

생존임원으로는 위성복 전무,송승효 변병주 상무, 이중수 김원경 이강륭
이사대우등이 거론된다.

위 전무는 8월 열릴 주총때까지 행장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의 임원교체폭은 금감위의 의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물갈이를 하라는 것은 대폭적으로 하라는 의미"라며
"70-80%가량의 임원은 바뀌어야 대폭이라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이 이처럼 앞서서 임원퇴진을 결정한 것은 일부 임원에 대한
검찰수사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게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업 한일은행도 경영진교체에서 이같은 기준을 참고할 전망이다.

상업은행은 지난2월에 은행장으로 선임된 배찬병 행장을 유임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배 행장이 유임될 경우 상업은행의 임원들은 상당수 옷을 벗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사대우를 제외한 11명의 임원중 7명이상이 퇴진할 것이란 얘기가
무성하다.

여신과 심사를 담당했던 임원이 우선 대상이다.

또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위한 최소한의 임원을 제외한 사람도 퇴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배찬병 행장은 이와관련, "주총때까지 시간을 갖고 퇴진대상을
확정짓겠다"고 말했다.

상업은행은 퇴진임원 명단을 오는 28-29일께 확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행의 경우 이관우 행장이 이날 열린 부점장회의에서 "마음을
비우고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로 일해야한다"고 말해 관심을 사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경영단절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최소임원만 남긴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된다"고 해석했다.

한일은행내부에선 이사대우를 제외한 12명의 임원중 최소한 6-7명이
퇴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임 임원은 외국인을 영입하거나 공석으로 둘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은 이미 연초 주총에서 임원수를 크게 줄인데다 지난 10일
임시주총을 열어 외국인 임원을 선임한 마당이어서 임원교체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의 임원교체폭에 바람을 탈 가능성도 있다.

홍세표 행장은 독일 코메르츠은행과 합작을 성사시킨 만큼 유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다음달 20일 열리는 임시주총의 안건이 "임원선임의 건"으로 돼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행내에서는 홍 행장이 "명예퇴진"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평화은행의 경우 박태규 행장은 유임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2월 은행장으로 승진한데다 대주주인 한국노총도 유임을 원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다급한 유상증자를 얼마나 조기에 성사시킬수 있느냐가 변수다.

임원들의 경우 6명중 절반이상이 교체될 전망이다.

현대종금과 합병을 추진중인 강원은행도 일단 다음달 20일 임시주총을
소집했다.

임원을 일정수준 교체하기 위해서다.

관심의 초점은 최종문 행장의 거취.

물론 최 행장은 이미 현대종금과 합병을 성사시킨뒤 물러난다는 뜻을
비췄다.

그러나 합병절차가 종료되는 11월까지 자리를 지킬지, 이번에 물러날지는
미지수다.

곽원영 충북은행장도 이미 지역인사들에게 퇴진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행내에서 충북은행이 퇴출대상에서 극적으로 제외된데는
곽 행장의 공로가 상당하다는 점을 들어 유임을 원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이번에 임원이 대거 물러나더라도 신임 임원으로 선임될 사람은
많지 않을듯 하다.

대부분 은행이 임원정수를 2-3명 줄이기로 방침을 정한 탓이다.

더욱이 감사자리는 외부인사로 사실상 결정됐다.

여기에 외국인과 외부인을 임원으로 영입해야할 형편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