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미국경제에도 문제가 생긴 것일까.

아시아 경제위기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최근 좋지않은 경기지표들이
잇달아 나오자 일부에서 "미국경제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최근의 지표는 하나같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6일 지난 6월의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0.6% 줄었다고 발표했다.

5개월만의 감소였다.

산업가동율도 전달의 82.4%에서 81.6%로 떨어졌다.

6월 제조업계의 내구재 수주량도 2.6% 줄었다.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1.2%에서 0.1%로 낮아졌다.

실업률은 4.3%에서 4.5%로 높아졌다.

무역적자는 5월에 1백57억5천만달러로 또다시 월별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미국도 아시아위기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 쪽으로의 수출둔화가 산업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기업활동부진이
실업률에도 약간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상징후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그렇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미국 경제계의
인식이다.

산업생산과 가동률 위축의 가장 큰 요인은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GM파업의
장기화로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파업으로 자동차생산이 11%나 급감했다.

자동차부문을 빼면 생산은 오히려 0.1% 늘었다.

앞으로 GM이 정상으로 돌아가면 산업생산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오히려 증시는 계속 달아오르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공업평균지수는 이번주에만도 2차례나 최고기록을
깼다.

이날도 1% 오른 9,328.19로 신기록을 세우면서 처음으로 9천3백선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3.4분기중에 1만선돌파도 가능하다.

첨단업종 기업들이 상장된 나스닥증시의 나스닥지수도 신기록수립과 함께
대망의 2천선을 돌파(2000.56)했다.

상반기중 기업들의 경영실적이 예상이상으로 좋았고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에서였다.

전문가들은 미국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한다.

앞으로 지난 1.4분기같은 고속성장(5.4%)은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달말 발표될 지난 2.4분기 성장률은 1%안팎으로 급락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그것을 "불황"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없다.

하반기에는 다시 경제가 회복돼 2-3%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미국은 잠재성장률(물가불안없는 적정성장, 2.3%수준)에
근접하는 2.5%내외의 안정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과열을 식혀주는 "연착륙"이라는 평가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