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조 마사오 < 인천대 객원교수 >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문화개방론이 논의되고 있으며 근래의 경향은
"개방거부"에서"수용"으로 크게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로는 해방후 50년이 더 지났으므로 더이상 일본문화를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대중문화는 퇴폐적이고 야비해서 그러한 외설적인 일본문화가
청소년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한다는 소리도 만만찮다.

그런데 이들 논의에는 공통된 관점이 있다.

일본문화는 악이라 한국문화가 이에 오염되고 말 것이라는 발상이며 기본적
으로는 한국문화가 선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화는 그처럼 선악으로 구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문화가 나빠서 한국청소년들에 대한 악영향을 걱정한다면 일본에서도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쳐 커다란 사회문제가 됐겠지만 현재로선 일본
만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은 좀더 다른 각도에서 문화의 실태를 생각해보아야 되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면 일본에는 만화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다.

일본의 청소년이 만화를 접하는 장소는 서점의 진열대이지만 그것은 비닐로
밀폐포장돼 있어 사지않는한 내용을 볼 수 없다.

청소년에게는 그러한 종류의 만화를 팔지않는 체계가 돼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만화방에서는 고객인 청소년이 관심을 갖고 있는 책을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다.

만화방에 만화를 공급하는 업자도 읽힐 수 있는 만화를 출판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에서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외설성짙은 일본만화
가 선택돼 어린이들의 손에 들어가고 무단으로 복제된 일본만화는 만화방이외
에도 흘러 들어간다.

그렇다면 만화방이 문제다.

양심을 잃은 출판업자도 문제다.

청소년은 피해자가 되는 것이지만 정말 그럴까.

오히려 소비자인 청소년의 욕망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는 쪽이야말로
문제이며 일본문화가 나쁘다는 말로 끝내버릴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일본문화를 수용하는 측에도 과제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선악의 흑백론으로 논의하는 한 수용하는 측이 풀어야할 과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문화개방론은 언제나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다 성과없는 입씨름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

문화의 우열보다 문화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문제해결을 통해 자신의 문화적
체질을 강화하는 논의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개방론보다 흑백론으로부터의 탈피가 더 먼저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