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문화종합연구소는 지난 16일 도쿄 증권회관에서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의 국제금융과 아시아 경제위기"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심포지엄에 연사로 참석한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는 외환관리 부재와 과다한 해외차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실업과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발표내용을 정리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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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위기의 근인으로는 외국환관리법체계를 바꾼 점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금지원칙 예외인가(포지티브 시스템)"로 돼있던 외국환관리법
체계를 "자유원칙 예외금지(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꿨다.

시장평균환율변동제도가 실시된 것이다.

이로인해 원화강세 현상이 나타나자 대기업그룹들은 해외에서 달러확보를
늘리고 현지투자를 확대했다.

그 다음으로 지적할수 있는 위기의 원인은 97년들어서면서 잇달아 발생한
기업파산과 자본유출이다.

외국환관리상의 문제도 있었다.

종합금융회사를 설립한 게 그 사례다.

종합금융회사들은 단기차입을 장기대출로 운용하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에 장기물로 투자, 외환수급 불균형을 몰고 왔다.

동남아 다른 국가들의 위기 역시 유사한 배경을 갖고 잇다.

외환관리체제의 변화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태국도 지난 78년 복수통화바스켓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으나 한국과
비슷한 이유로 달러연동제로 바꾸었다.

엔약세 달러강세로 바트화도 크게 올랐으나 고정화된 금리가 결국
외화위기를 몰고온 요인이 되고말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위기패턴도 대체로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 금융개혁에 온힘을 쏟고있다.

일본형 법제도와 기업환경을 중심으로 미국형 매크로경제정책을 접목시키고
있는 한국이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금융개혁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개혁안은 <>프리(free, 규제완화) <>파(far, 장기대책)
<>글로벌(국제화)에 의한 국제경쟁력강화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비해 한국은 <>경쟁력강화 <>이용편의주의 <>금융기관 신뢰성제고에
역점을 두고있다.

일본은 은행의 개혁보다는 증권 투신 보험등 제2금융권의 개혁에 힘을
쏟고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감독체계의 일원화, 금융기관의 퇴출인가권등 권한관계
정립에 집중하고 있다.

IMF체제하에서 한국은 몇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긴축정책과 대량실업 문제를 꼽을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라 금융긴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기업도산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 실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화보장제도와 실업보험제도가 미비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둘째 금융개혁의 정치.사회.문화적 배경을 짚고 넘어가야 할것이다.

한국경제는 지금까지 유교적 자본주의체제하에 정.관.민이 상호협조하는
"호송선단식"으로 경제를 운영해 왔다.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IMF체제하에 대기업그룹과 금융기관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를 내걸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구조조정과 개혁도 이런 문화적 토양을 고려해 가면서 진행시켜 나가야
할것이다.

셋째 안보문제와 남북통일비용 문제도 감안돼야 한다.

한국의 안보는 한.미방위조약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현재 북한과는 정전상태에 놓여있다.

앞으로 3단계 분리정책을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한국 북한 미국 중국 등 4국이 기존처럼 회담을 해가면서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차관급대화와 같은 정부차원의 채널을 넓혀나가야 할것이다.

예술단 교환, 민간 종교단체와 적십자사 등의 쌀지원 등 민간차원에서의
교류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 다음으로 정경분리를 적용, 나진 선봉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임가공무역도 늘려야 할것이다.

마지막단계로 통일과 협력을 분리, 통일전에 상호 협력분위기를 다져야
한다.

특히 한국은 금융개혁이라는 최대의 과제를 실천해 나가면서 통일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있다.

주한 일본홍보원의 마에다원장이 97년9월26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통일비용은 최소 5천억달러에 이른다.

한국민단의 1인당 1만1천달러를 부담해야하는 수준이다.

넷째 한국의 성장율하락이 일본에 미칠 영향도 짚고 넘어가야할 과제의
하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구조조정이 성공했을 경우 98년도 GDP성장율이
마이너스 1.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마이너스 3.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정자산투자와 수입이 감소세를 보여 일본으로 부터의 자본재수입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일본은 공급자신용유선스 등을 정책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