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우리 선인들에게 지내기 힘든 계절이었다.

장마와 무더위를 이기랴, 농사일에 신경을 쓰랴, 질병과 싸우랴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여름을 슬기롭게 넘기기위해 온갖 지혜를 동원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이종철)은 우리 선인들의 여름나기 비법을 보여주는
"우리네 여름이야기-일과 휴식의 시간"전을 22일부터 8월31일까지 연다.

이 전시에는 여름나기 풍습을 알수있는 옛 그림 20여점과 부채 우산 도롱이
등 각종 생활용품 1백50여점이 출품된다.

그림으로는 여름의 대표적 놀이인 천렵풍경을 그린 유숙의 계심어비도,
겸재 정선의 유음납량도, 이경윤의 고사탁족도 등이 소개된다.

계심어비도는 평민들이 물속에 들어가 고기를 잡고 수영도 하는데 비해
양반은 밖에서 구경만 하는 당시의 세태를 묘사했다.

왕골로 만든 죽부인과 자리, 발, 용문석, 종이우산, 도롱이, 부채 등의
생활용품도 함께 전시된다.

이중에는 속옷을 4벌이나 입어야 하는 여성들이 조금이나마 더위를
덜느끼도록 큰 구멍을 뚫어놓은 속옷이 있어 눈길을 끈다.

허리춤에서 다리부문으로 15~20cm의 구멍이 뚫려 있는 이 속옷은 꾸밈없고
소박한 우리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등줄기를 재료로 만든 등거리도 볼거리다.

모시 적삼안에 받쳐 입으면 통풍이 잘될뿐아니라 옷감이 살에 닿지않아
땀이 배지않는 용구로 선인의 지혜가 담겨있다.

또 여름농사에 쓰이는 무자위 용두레등 물대기용구와 두레와 관련된 높이
3m의 큰 농기도 소개된다.

5월단오와 6월유두에 먹는 제호탕 유두국수 개장국 등 각종 계절음식도
함께 전시된다.

옛 여름 용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공간도 전시실 한켠에다
마련된다.

이곳에선 죽부인만들기(21~8월3일), 감물들이기(8월4~10일), 안동포짜기
(8월12~17일), 화문석짜기(8월19~31일) 등이 차례로 시연된다.

전시회때면 으례 나누어주는 팜플렛 대신 입장객들에게 부채를 선사한다.

입장료 5백원.

< 오춘호 기자 ohc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