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다변화 제도의 완전 폐지를 1년가량 앞두고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일본업체들의 발놀림이 한결 빨라지고 있다.

대부분 회사들은 이미 한국 시장에 대한 진출 전략을 마련해 놓고
"D데이"만을 기다리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서울에 사무소를 열어 소비자 조사에 뛰어들고 있는가
하면 종합상사들을 통한 시장정보 수집에 분주하다.

수입선다변화 품목 제품도 정기적으로 광고하면서 소비자들의 머리속을 파고
들고 있다.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이미 시작된 셈이다.

한국은 일본 주요 기업들에게 마지막 남은 황금시장.

그만큼 이들의 준비는 철저하다.

다만 업종마다 진출 전략이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전자의 경우 유통망 확보를 최대 관건으로 삼고 있다.

단독 진출하는 메이커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독자 판매망을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테나숍을 세워 브랜드이미지를 높이는 방안이 수립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 일본식 가전 양판점을 통해 진출하거나 국내업체와
판매제휴를 시도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식 가전 양판점이란 국내의 전자랜드처럼 온갖 전자제품을 한군데
모아 판매하는 점포다.

양판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방법에도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내 양판점에 물건을 대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가전
양판점이 직접 진출하는 방법이다.

물론 무서운 것은 일본 가전 양판점들의 진출이다.

일본의 베스트전기 조신전기 고지마 라옥스 등 대형 양판점은 한국시장에
대한 조사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시장이 열린다해도 선뜻 상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견해였다.

점포를 세우는 비용 자체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국내 한 전자메이커 관계자는 "일본업체들은 한국이 IMF한파로 자산가지가
크게 떨어져 진출비용이 거의 먹히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매출이 2천억엔(약 1조8천억원)이 넘는 초대형 기업이다.

베스트전기의 경우 점포수만도 5백개가 넘는다.

이런 회사들이 일본 상품을 등에 업고 국내에 들어올 경우 국내 메이커와
유통업체들은 모두 손을 들어버리고 말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국내업체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판매 제휴다.

일본업체들의 제품을 자신들의 판매망에 태우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국내 가전메이커들은 일본 업체들과 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손짓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럴 경우 다소 충격은 덜하겠지만 대만의 제조업체들이 일본 제품의
유통업체로 전락했다는 선례를 무시할 수는 없다.

기계류 메이커들도 분주하다.

일본 업체들은 국내 시장을 주요 공략 해외시장의 하나로 간주하고 꾸준한
준비작업을 펴왔다.

이들은 애프터서비스거점과 테크니컬센터 등의 형태로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고 자본합작을 통한 진출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내에서도 최근 경기 침체로 공작기계 수주가 감소하면서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할 내부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기술 수준의 50%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국내 메이커들은
아예 국내 개발을 포기하고 일본 기술제휴선들에게 회사의 지분이나 경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IMF 한파로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것도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자동차는 한국 진출 시점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동차라는 것이 거리를 나돌아 다니는 제품인 까닭에 자칫 일본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지메"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이다.

한 일본 자동차메이커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지금 당장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풀린다해도 한국 소비자들이 일본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다면
상륙시점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문화활동 등을 먼저
펼쳐 거부감을 없애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물론 한국 상륙에 성공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진입 초기 수익성보다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얘기다.

직판체제 구축과 마진 축소 등을 통한 적극적인 가격공세를 통해 초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다양한 모델을 투입해 적어도 초기 셰어를
2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은 대충 월드컵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하는 2002년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