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주가가 수직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 세계 주요 주식시장은 연일 신기록 경신소식을
전하고 있다.

실물쪽에선 미국과 유럽 할 것없이 아시아위기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생산과 수출이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증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치솟기만 하고 있다.

"위험하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걱정없다"는 상반된 시각이 나와
앞날을 점치기도 힘들다.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주말 9.78포인트(0.1%) 올라
9천3백37.98을 기록, 전날에 이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는 지난주에만 벌써 세차례 최고치를 깼다.

첨단업종 기업들이 상장된 나스닥증시의 나스닥지수도 8.20포인트 올라
2008.76을 기록했다.

8일 연속 신기록을 매일 바꾸는 중이다.

이처럼 미국증시가 급상승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의 상반기 경영실적이
예상 이상으로 좋았고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MS)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컴퓨터
업계의 2.4분기 순익이 월가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
종목이 시장상승을 주도했다.

유럽시장도 마찬가지다.

뉴욕증시의 활황이 바로 호재가 되고 있다.

이번주부터 발표되는 유럽기업들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예상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오름세를 자극하고 있다.

런던시장의 FT100지수(0.93% 상승),프랑크푸르트의 DAX30지수(0.88%),
파리의 CAC40지수(0.70%)는 일제히 최고치를 경신했다.

암스테르담 취리히 마드리드 등 여타 유럽증시도 최고치 기록 행진에
가담했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증시가 실물과 겉돌고 있다는 대목.

지나친 과열이 아니냐는 점이다.

도널드 루프킨 젠레트사의 거래인인 브래드 위크스는 "미국의 산업활동이
부진해지고 있으나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아시아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추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GM파업의 영향이 큰 만큼 일시적 위축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뉴욕주가지수가 10,000선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한다.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미국의 5월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이지만 이는 과열을
식혀주는 ''호재''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그룬털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 베티파르릴라는 "증시가 상승하긴
하지만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기업들의 경영실적 호전이라는 호재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산업생산 둔화와 무역적자 증가 등의 지표를 고려한다면 하반기 기업
경영실적이 반드시 좋을 수만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상공회의소도 최근 경기보고서에서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영국은
지난 90~92년과 같은 경기침체로 또다시 빠져들어 기업도산과 실업률 증가를
경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낙관론"이 대세다.

하지만 선진국의 실물경제가 "연착륙"하지 않고 "급락"한다면 다시 위기를
불러오는 뇌관이 될수도 있다.

< 김수찬 기자 kimsc@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