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국가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취소하거나 줄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요구하는 긴축정책의 여파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서 해외거점을 폐쇄하거나 합작계획을 백지화한 결과다.

"해외지향"에서 "내부지향"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 최대의 제조업체인 사이암 시멘트그룹은 최근 총액 1백80억바트에
이르는 6개의 해외사업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취소된 사업에는 인도네시아 펄프 합작공장과 베트남 중국 등에서 추진해
왔던 플라스틱 공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암 그룹은 태국정부의 "태국 기업에서 아세안 기업으로"라는 슬로건에
따라 아시아 역내진출을 활발하게 진행해왔으나 지난해 7월 외환위기가 닥친
이후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이처럼 해외사업 정리에 나선 것이다.

아시아지역 최대의 화교재벌인 챠롱 포카방(CP)그룹 역시 최근 중국상해
오토바이 합작공장 설립계획을 백지화했다.

이 그룹은 중국내 인맥을 바탕으로 중국 본토진출을 활발히 추진해왔으나
역시 합작지분을 중국측에 매각하는 등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합작으로 필리핀내 시멘트 사업을 추진해왔던 태국의
신흥재벌 타이 페르로케미컬 그룹 역시 관련 사업들을 모두 백지화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태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들은 오는 2003년까지 관세율을
0%에서 5%까지 끌어내리기로 한 지난 95년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역내투자를
활발하게 추진해 왔으나 지난해 외환위기를 맞은 이후 이같은 장기계획이
사실상 무산되고 있다고 밝히고 해외투자 철수현상은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투자 철수 현상은 아시아 역내에 그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기업들은 자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업구조
조정과 부채상환 계획에 따라 그동안 미국과 유럽등지에 투자했던 기업을
잇달아 매각하고 있기도 하다.

현금조달을 위해 부동산도 대대적으로 처분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추진했던 도시재개발 사업에서 이미 손을 뗐고
대우전자도 자카르타에서 추진하던 종합가전 제품공장 설립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포항종합제철의 경우 지난 4월 해외사업을 동결키로 한 방침에 따라 베트남
아연공장 건설사업을 백지화했고 인도네시아 진출계획도 동결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