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보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제너럴 모터스(GM)의 장기 분규가 마침내
미국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입히기 시작했다.

GM사태는 때마침 발표된 "5월중 무역적자 사상최대"라는 뉴스와 함께 미국
경제의 장래를 비관케 하는 2대 악재로 꼽히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들 대형 악재가 맞물림에 따라 근 8년동안 계속돼 온
미국경제의 고공비행에 종지부가 찍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다.

GM사태는 사실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는 게 월가 사람들의 중론이다.

노사 양측 모두 과실을 키우기 보다 "거품 핥기"에 탐닉해왔기 때문에
장기분규와 같은 자중지란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GM의 증상이 중증이라는 점은 지난 14일 회사측이 발표한 2.4분기 경영
보고서만 봐도 확연히 나타난다.

이 기간 중 경쟁사인 크라이슬러와 포드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분기보다
9%와 7%씩 늘어났다.

대조적으로 GM은 24%나 감소했다.

뿐만 아니다.

이 기간 중 GM의 순이익률은 고작 2.7%에 그쳤다.

포드(7.3%)나 크라이슬러(5.2%)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그나마 GM이 위안을 삼는 대목은 아직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올 상반기 중 GM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1.5%로 2위인 포드(24.5%)를 7%
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이것도 조금만 따져보면 "허수"가 많은 지표라는 점을 금세 알게
된다.

예컨대 자동차 생산모델이 포드는 27종에 불과한 데 비해 GM은 두배 가까운
56종에 이른다.

판매사업부는 포드가 3개 뿐인 반면 GM은 7개나 된다.

딜러 수에서도 비대칭을 이루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포드가 5천여개의 비교적 단출한 딜러망을 갖고 있는 데 비해 GM의 딜러는
8천개가 훨씬 넘는다.

GM의 시장점유율이 포드보다 7%포인트 밖에 높지 않은 게 오히려 비정상이
라는 얘기다.

방만한 경영의 증상은 임원수에서도 확인된다.

포드의 임원은 46명으로 92년보다 37% 줄어들었다.

반면 GM은 72명으로 같은 기간 중 47%나 늘어났다.

임원의 생산성(1인당 평균 매출)은 작년말 현재 포드가 26억7천만달러로
92년보다 91% 늘어났지만 GM은 거꾸로 22% 줄어든 21억2천만달러에 그쳤다.

비효율에 관한 한 일반직원들 역시 경영진과 난형난제다.

자동차 한대를 만드는데 투입되는 평균 노동시간이 포드는 34.7시간에
불과한 반면 GM은 46.5시간이나 된다.

근로자 한 사람이 생산하는 연간 자동차 댓수가 포드는 45.6대인데 비해
GM은 그 절반 수준인 27.3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생산성이 엉망인 와중에서도 GM 직원들의 봉급은 미국내 최고수준
이다.

분규의 도화선이 된 플린트 공장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월가 증권
회사 직원들을 뺨치는 6만9천달러에 달했다.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낀 경영진이 생산성이 열악한 플린트 공장의 구조조정
에 착수한 것이 이번 분규의 발단이다.

노사 양쪽 모두 상대방에게 할말이 많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둘다 할말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는 "1등"에 만족해 나누어 먹는데만 열중했고 경영층은 기업내 관료
주의와 귀족경영의 폐습을 무너트리지 못해 이 지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GM의 사태는 기업에 비효율이 싸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교과서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