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냐 옥가락지냐"

세계 최고층 건물로 기록될 상하이 금융센터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건물주이자 일본의 건설재벌인 모리그룹이 내놓은 디자인이 화근.

모리측은 빌딩이 워낙 높은 만큼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건물 가운데를
뚫어 둥근 공간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고유의 옥가락지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그럴싸한 설명.

하지만 상하이 시당국은 노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각형빌딩에 둥근 원이 박힌 모양이 영락없는 일장기를 빼어닮았다는
이유에서다.

50년전 일제 점령의 치욕이 생생한 마당에 상하이 시내 한복판에 일장기를
꽂겠다는 것은 도발이나 다를 바 없다는게 당국의 주장.

그러지 않아도 상하이의 상징이 될 건물이 일본인에 의해 지어진다는데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던 터다.

모리그룹은 "일장기라니 당치 않다"며 시당국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측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둥근 공간안에 전망대를
세우겠다는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점령지 건물들 마다에 일제의 흔적을 교묘히 남기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이다보니 "의심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는 게 상하이 시민들의 반응.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