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랑하는 "신경제(New Economy)"는 끝나는가.

미국의 지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1% 내외로 떨어졌을 것으로
평가되자 국제경제계에서 신경제 소멸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기존의 경제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고성장.저물가"의 이상형이 막을
내리 가에 대한 논란이다.

소멸론자들은 마이너스 성장에다 물가마저 지난 상반기에만 작년
연간상승율(1.7%)에 맞먹는 1.4%나 올라 신경제의 수명이 다했다고 주장한다.

존속론자들은 산업생산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신경제는
끄떡없다고 강조한다.

지난 2년간 미국의 경제는 "더이상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4%나 됐고 물가상승률은 2%도 안됐다.

올 1.4분기엔 더 좋았다.

경제성장률은 5.4%나 된데 반해 물가상승률은 0.5%에 불과했다.

경제학자들은 고성장.저물가를 기존 경기사이클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자 정부관리들과 이코노미스트들은 "신경제"라는 새로운 용어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글로벌화로 상품과 서비스의 물류네트웍이
고도화돼 생산성이 높아짐으로서 고성장.저물가가 가능해졌다는 것.

신경제론자들은 미국경제 성장이 주춤거리지만 신경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신경제의 핵심이 생산성 향상이기 때문에 수출이 감소한다고 해서
생산성마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지난 2년간 미국의 산업생산성은 연간 2%씩 향상됐다.

지난 73-95년의 연평균 생산성 신장률의 2배다.

특히 지난 2년간 제조업계의 생산성은 연간 4.4%씩 높아졌다.

이처럼 생산성이 높기때문에 수출감소로 2.4분기 경제가 역성장하더라도
신경제론은 유효하다는 논리다.

J.P 모건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짐 오설리번은 "2.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라도 신경제론이 소멸됐다고 볼수는 없다"며 "하반기엔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물가상승율도 2%대 아래에 머물러 물가안정속의
경기호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신경제 소멸론자들의 인식은 다르다.

아시아 경제위기로 미국의 마이너스성장 가능성이 높아지자 신경제가
정보통신기술 발달 때문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미국과 해외의 강한 소비덕에 신경제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한 신경제라면 아시아의 경제불황에 상관없이
미국경제는 고성장.저물가를 지속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배리 보스워스는 "경제위기로 미국상품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입이 줄자 미국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은 신경제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2.4분기에 미국 성장률이 예상대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그동안의
신경제론은 허구였음이 입증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신경제론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오는 31일
신경제의 운명은 결정적인 갈림길에 서게된다.

이날 2.4분기 성장률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미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지면 신경제 소멸론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