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방송(SBS) 8시뉴스에는 충격적인 학원폭력현장이 보도됐다.

대로변에서 한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을 무릎꿇린채 우산대와 발로 마구
때리고 걷어차는 장면이 3분 가까이 방영됐다.

이 보도가 나간후 방송사에는 전화가 빗발쳤고 PC통신에는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학원폭력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구타현장을 말리지 않고 장시간 촬영만 계속한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였다.

폭력장면을 앵커가 "생중계하듯" 방송한 것은 시청률만을 의식한 선정적
보도행태라는 지적이다.

문제의 장면은 외주제작사인 "제3영상"이 지난 10일 강서구 가양동에서
촬영한 것을 SBS가 인터뷰 등 보충취재를 해서 방영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한 PD는 "교내 흡연문제를 취재하고 철수하던중
카메라맨이 우연히 폭행현장을 발견하고 망원렌즈로 촬영한 것으로 거리가
멀어 말릴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SBS측은 윤리성 문제로 고민했지만 학원폭력의 심각성을 정확히 알리자는
취지에서 화면을 내보냈다고 밝혔다.

이 화면은 19일 8시뉴스와 21일 아침 뉴스시간에도 몇차례 방영됐다.

최근 방송사간 시청률경쟁이 심화되면서 고발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뉴스도 예외는 아니다.

가벼운 소재가 많이 다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만한
자극적인 화면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여학생 폭력장면"은 방송사 입장에서 놓치기 아까운
"거리"였을 것이다.

"손쓸 방법이 없었던 상황"이라는 해명으로 윤리적 비난은 비껴갈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뉴스의 선정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유있는 항의"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