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컴퓨터(한컴)사가 "아래아한글"지키기운동본부의 인수제안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국내의 대표적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맞게된 것은 일단 다행한 일이다.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상품이 시장에서 퇴출을 당한다는 것은 이유야
어쨌든 황당한 일이며 이를 범국민적 운동으로 살려내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각별하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거대기업 마이크로 소프트(MS)사의 시장독점 전략에
맞서 국내 워드프로세서시장을 사수함으로써 아래아한글의 퇴장에 따른 경제.
사회.문화적 손실을 막게된 것은 평가할만한 일이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소프트웨어(SW)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불법복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앞으로 SW산업 발전을 위해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적 감정을 앞세워 MS사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행위를
외국기업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이 자칫 외국자본을 배척하는 극단적인 국수주의 행동으로 비쳐질
경우 IMF관리체제하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외자유치에 찬물을 끼얹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다시는 이번 한컴파동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아무리 외국인 손에 넘기기가 아까운 기업이라 하더라도 국가 통치권자의
말한마디나 국민운동으로 기업을 살리는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며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않는 일이다.

한컴이 갑자기 부실화된데는 한컴 경영진의 주장대로 불법복제가 큰 원인이
된 것만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외부요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한컴 경영진은 초기의 성공에 도취됐던 탓인지 후속기술 및 신상품 개발을
등한히해온 감이 없지 않았다.

그 결과 아래아한글은 경쟁상품인 MS워드의 편리성을 따라가지 못할뿐더러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돼왔다.

게다가 기업주가 정치적 외도 등 사업외적인 일로 주위의 시선을 모으는
일이 잦아지면서 경영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한컴의 경영진은 이같은 비판을 거울삼아 부단한 기술개발과 건실한
경영으로 국민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한컴이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안정적인 자금확보
등 한둘이 아니지만 불법복제 문제는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안될만큼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외형적인 시장점유율이 80%나 되는 아래아한글이 불법복제품에 밀려 실제
점유율은 13%정도라고 하니 신기술개발이 제대로 될리 없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관련법을 제.개정, 불법복제를 차단하고 처벌을 강화
해야 한다.

기업과 국민들도 아래아한글에 대한 국민적 자존심만을 내세울게 아니라
먼저 정품SW를 사용함으로써 국내 SW산업의 기반을 재정비하는 일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