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회장(전경련 회장대행)은 대우자동차 경영진이 노조에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한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대우자동차 사측이 노조에 정리해고 방침을 통보한 지난 20일 저녁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이 이 회사 노사협상 과정에 대해 알지 못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후 이같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회장은 간담회에서 "정리해고를 실제로 하겠다고 노조에 공식 통보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대우에 따르면 보고 시점은 언론들이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통보 사실에
대한 취재를 마친 뒤였다.

즉 사후보고를 받은 것이었다.

대우자동차 노사가 협상테이블에 앉아 교환한 문서내용에 대해서도 김 회장
은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노조가 회사의 고통분담 호소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정리해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회사측이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추측"과 달리 대우자동차는 정리해고 절차의 첫 단계를
이미 밟고 있었다.

김 회장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그는 대우자동차가 노조에 정리해고가
불가피함을 통보한 사실에 대해 사전에 몰랐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가 지난 1일 전경련 임시회장단회의와 4일 청와대 오찬회동 등을 통해
정리해고를 자제하자는 재계의 의견을 모았고 바로 전날 전경련 하계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이를 재천명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러나 김 회장이 몰랐다고 모든 문제가 풀리는건 아니다.

대우자동차의 "시기 선택"은 구설수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노조가 당장 파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재계 총수"로서 밝힌 원칙을
하룻만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김 회장은 이번 일로 재계 총수이자 대우 회장인 자신의 새로운
위치를 실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한 마디"가 재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 그 영향권내에
대우도 속해 있음을 알게된 것이다.

< 서귀포=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