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들의 재취업을 위해 개설된 연세대 직업능력개발교육훈련 프로그램에
대기업 부사장, 전무 등 고위간부 출신들이 대거 등록,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정원이 7백50명으로 제한된 이 프로그램에는 1천4백여명의 실직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IMF한파"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밀려난 실업자들.

이 가운데 인터넷과 경영분야에 등록한 이승홍씨(54)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기아그룹 계열인 서울차량공업(주)의 어엿한 부사장이었다.

지난 70년 이 대학 공과대를 졸업하고 기아자동차에 입사, 5년만에 기아그룹
계열의 서울차체공업(주) 전무로 고속승진한 이씨는 97년 서울차량공업(주)
부사장까지 올랐으나 지난 3월 구조조정 대상자로 분류돼 직장을 떠났다.

이씨는 "구조조정 대상에 내가 올랐다는 사실에 대해 분노를 느껴 무척
속이 상했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직업능력개발교육
훈련과정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6월까지 H그룹 전무로 재직하다 퇴사한 김모씨(53)도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케이스.

김씨는 그러나 자신의 직업과는 무관한 박물관교육전문가 과정에 등록했다.

김씨는 박물관교육가 과정에 등록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
스스로 보람을 찾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보수와는 상관없이 진정한 탐구인이 되고 싶다"면서 "특히
미술사 분야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사 기장, 한국은행 고위간부, 미 미시간대 경영학석사
출신들이 등록했으며 씨름 천하장사로 이름을 날렸던 장모씨도 창업과 세일즈
과정에 등록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은 오는 25일 개강식을 갖고 27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25주동안
실직자 7백2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정보처리 <>창업과 세일즈 <>서비스
경영 <>인터넷과 경영 <>영상산업 <>박물관교육 <>세계인력양성 등 8개
분야의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실시한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