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피셔 호주 부총리겸 통상장관은 "오는 9월께 한국에 민.관합동 투자
사절단을 보내 구체적인 투자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셔 부총리는 또 "한국은 지금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지만 개혁프로그램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어 멀지않아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캔버라에서 그를 만나 한국과 호주의 경제협력 상황과 호주의 위기
극복 사례를 들어보았다.

-호주정부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에 따라 한국에 10억달러를
지원했다.

추가지원 의사를 밝혔는데 구체적 계획이 있는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안정이 호주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만큼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중이다.

오는 9월께 1차로 투자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해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의
투자를 할지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생각이다.

이를위해 호주 정부내에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정부는 기업과 금융구조조정등 과감한 개혁을 하고 있다.

호주의 경험으로 비추어 한국의 개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구조조정은 어느 나라에서나 고통을 수반했다.

부분적으로 지나친 요구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IMF가 요구하는
조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의 개혁이 대단히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금융이나 기업부문의 투명성을 보장하려는 작업에 대해 긍정적
으로 보고 있다.

호주도 지난 80년대 중반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러한 경제체질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경험했다"

-호주정부는 80년대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

"당시 호주경제가 위기에 빠진 원인은 금융부문의 낙후성에서 비롯됐다.

이점은 지금의 아시아 위기와도 흡사한 부분이다.

은행들은 값싼 금리로 해외에서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빌려 왔다.

자체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지도 않은채 앞다퉈 해외자금을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혼란으로 엄청난 환차손을 입어 대부분의 은행들이 경영
부실 상태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따라서 경쟁력이 없는 은행들은 과감히 통폐합시키는 등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경쟁력 중심의 선진국 금융 노하우를 철저히 이용
했다"

-요즘 호주달러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위기가 호주경제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호주경제는 아직도 자원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위기의 여파가 호주경제에 직접 타격이 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주요 수입국인 아시아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의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관광수입이 예년보다 30%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호주달러 또한 엔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다.

금융시장도 불안한 상황이다"

-한국은 호주의 두번째 무역상대국이다.

하지만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율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호주정부는 이미 지난해말 관세율을 대폭 낮추었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로부터 4륜자동차를 수입할 때의 관세는 5%에 불과하다.

이밖에 섬유나 가전제품 타이어 등에 대한 관세도 매우 낮다.

오히려 한국이 수입관세를 낮춰야 한다.

한국은 특히 고급 수입품 구입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비관세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