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줄을 대야 합니까"

경영진 개편을 지시받은 시중은행 한 임원의 말이다.

이 임원은 청와대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 그리고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을 차례로 짚어가며 "파워"를 저울질했다.

여권의 실세라는 사람들의 이름도 입에 올렸고 학연 지연도 등장시켰다.

하지만 해답을 못찾은 듯 "힘이 제일 센 곳"을 가르쳐 달라고 하소연했다.

행장자리가 빌 주택은행과 7개 조건부승인은행 임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직원들이라고 마음이 편할리 없다.

노조쪽 반응은 시간이 흐를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일례로 주택은행 노조는 22일 "낙하산인사 저지와 자율경영권쟁취를 위한
전 임직원 서명운동"을 벌였다.

한쪽에선 투서가 난무하고 다른 한쪽에선 "물귀신작전"을 구사하며
생존을 보장받으려 한다는 소문이다.

이런 눈치작전을 아는지 모르는지 금감위에는 "준비된 답변"이 있다.

"정부가 특정인을 미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원칙을 지키겠다"

문제는 금감위가 그렇게 하든 안하든 사람들이 그렇게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번 은행경영진 교체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잘못됐다"는 평가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그때가서 경영진교체의 방아쇠를 당긴 금감위가 5개은행 퇴출때처럼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정당화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허귀식 < 경제부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