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비 감소세가 심각하다.

최근의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부진->기업생산활동 위축->가계소득
감소->소비부진심화"의 악순환이 반복돼 실물경기는 회복불능상태로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사실은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가계소비의 감소원인과
특징"에서 나타났다.

최근 가계소비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다.

가계소비의 감소세가 소득감소세를 훨씬 앞지르는 등 "소비의 이상감소세"가
첫번째다.

두번째 특징은 소득이 작은 계층의 소비지출이 훨씬 위축되는 등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번째는 이런 소비감소는 상당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촉발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소비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의 파탄을 초래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조세및 재정의
소득재분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소비동향이 실물경제의 빨간불로 작용하는 것은 소비감소세가 소득
감소세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

지난 1.4분기중 가계최종소비지출은 작년동기보다 10.5%감소했다.

이는 한은이 GNP(국민총생산)통계를 편제하기 시작한 지난 53년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제2차 석유파동기였던 80년 4.4분기(마이너스 3.1%)에 비해선 감소세가
3배나 높다.

특히 지난 1.4분기중 GDP(국내총생산)증가율(마이너스 3.85%)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소비감소율이 소득감소율을 3배이상 하회할 만큼 이상감소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도시근로자가계의 경우에서 금방 드러난다.

지난 1.4분기중 도시근로자가계의 소득은 2.8%감소했다.

반면 소비는 무려 8.8%나 줄었다.

최근의 소비지출행태는 IMF(국제통화기금)이후 "중산층의 붕괴현상"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저소득계층의 소비감소율이 상위소득계층의 소비감소율을 훨씬 웃돌고
있는게 단적이 징표다.

지난 1.4분기중 도시근로자가계의 경우 하위 50%소득계층의 소비는 9.6%
줄었다.

이는 상위 50%소득계층의 소비감소율 8.4%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비록 하위50%의 소득감소율(7.0%)이 상위 50%의 소득감소율(1.1%)보다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긴 하지만 그동안 우려돼왔던 중산층의 몰락현상이
소비행태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초절약형 소비행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는 저축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1.4분기중 도시근로자가계의 저축증가율은 9.5%에 달했다.

소득이 2.8%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축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를
더 줄였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4분기중 가구당 월평균 저축액은 64만8천원으로 작년동기
(59만2천원)는 물론 작년연평균(61만1천원)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서 검소한 소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상적인 소비감소세는 실물경제를 파탄으로 이끈다는게 문제다.

그동안 가계소비는 GDP성장에 무려 52.6%를 기여해왔다.

비록 수출이 부진하더라도 국내소비덕분에 성장률은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경기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하는 완충제역할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꾸로 가계소비지출감소세가 경제성장률의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으로 반전됐다.

이성태 한은 조사부장은 "지나친 소비감소는 기업생산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며 "가능한한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
하고 조세및 재정의 소득재분배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원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도 "건전한 소비는 우리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좋은 만큼 미래의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