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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저널] '악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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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런 그린스펀.

    그는 미국경제의 "숨은 독재자"로 불린다.

    모든 경제활동이 시장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미국에서 통화정책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이고 이를 쥐고 흔드는 사람이 그린스펀 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한마디에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춤을 춘다.

    실직적인 면에서 그의 한마디는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 올 때가 많다.

    그런 그가 지난 주초 의회에서 정례증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보고서 한귀절 한귀절을 놓지지 않으려 한 것은
    물론이다.

    인플레이션과 아시아위기에 대한 우려가 주요 관심사였다.

    하지만 증언이 있은 후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당분간 큰 이변은 없다.

    미국경제의 순항은 계속된다.

    따라서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 미국인들이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결론이 간단하다고 그 논리 전개의 과정까지 단순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업률은 4.5%로 떨어져 30여년만에 가장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라면 문제다.

    일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임금상승을 뜻하고 이는 결국 물가상승 즉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력으로 이어진다.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여기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미국경제를 안전판위에서
    순항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소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써대던 아시아인들의 소비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미국국내 소비수요를 채우기도 바쁜 형편에
    미국기업들이 아시아에까지 물건을 수출하려 들었다면 물건이 모자랐을 것은
    뻔한 일이고 이에 따라 물가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린스펀의 평가대로라면 아시아 경제는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불행하게도" 미국경제가 당분간 순항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이런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아시아인들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표정이 복합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려움에 처한 아시아의 위기에 대해 측은해하면서도 내심으로는 그 덕에
    우리 밥상이 편한 것 또한 사실 이라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계가 늘어만 가는 대외무역적자를 문제삼지 않는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미국이 신뢰받는 의사로서의 이미지보다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는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다른 데서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바스프 코메르츠방크 등 유럽계 회사들이 별로
    어렵지 않게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고 있는 반면 미국계는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다는 등 이것 저것 트집만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도 투자할 대상이 널려 있는 판에 한국처럼 실질적인 투자 메리트가
    없는 곳에 투자할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점을 고려하면 미국인들은 그저 한국인들의 허파에 바람만 불어 넣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속없이 따라 다니다 보니 은근히 부아가 난다.

    우리를 수렁에 빠뜨리자고 음모에 가담한 장본인들이 미국 어딘가에
    있다는 "음모설"에까지 생각이 미치다보면 악어가 먹이를 잡아먹으며
    흘린다는 바로 그 위선의 눈물(crocodile tears)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양봉진 < 워싱턴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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