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기업들의 경영교과서로 칭송받던 일본식 경영.
오쿠다 사장은 이런 일본스타일 파괴에 앞장 선 선구적인 경영자다.
경영기법뿐만이 아니다.
솔직하고 직선적인 발언 등으로 ''가장 일본인답지 않으 일본인''으로도
불린다.
그는 취임때부터 ''뉴스메이커''역할을 톡톡히 했다.
도요타의 소유주 도요다 가문 밖의 외부인으로서 도요타 최고경영자
(CEO)를 맡은 최초의 전문 경영인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세계 유수 언론의 경제면을 장식하며 도요타의 선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 95년8월이었다.
도요타 철옹성에 구멍이 생겨나던 시점이었다.
무려 43%를 자랑하던 도요타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37%까지 떨어졌다.
91년 2백40대에 육박하던 내수시장 자동차 판매대수는 2백만대를 간신히
넘는 수준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였다.
순익, 캐시플로, 수익률등 거의 대부분의 재무수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엔화급락, 버블경제붕괴의 여파가 컸다.
암처럼 번져가던 일본 대기업병이 도요타 부진의 주범이었다.
그래서 오쿠다 사장이 내놓은 해결책이 일본식 경영 깨뜨리기였다.
그는 취임직후부터 연공 서열제 폐지, 성과급제도 실시, 사내 벤처 육성,
해외 지식인들을 집합시킨 자문위원회 창립등 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숨가쁘게 추진했다.
오쿠다 사장이 취임직후 처음 착수한게 나이든 중견간부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는 작업이었다.
창의력이 넘쳐나는 젊은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서열 3위인 임원을 한직으로 내쫓고, 고참간부들을 계열사로 발령내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55세 이상된 간부사원과 50세 이상된 중견간부의 업무권한을 크게 줄였다.
대신 젊고 유능한 사원을 능력에 따라 파격적으로 승진시켰다.
그결과 이사회의 평균 나이는 59세에서 57세로 낮아졌다.
도요타의 오랜 임금체계를 뜯어 고치고, 성과급으로 바꾸는 일도 했다.
보수적인 분위기 쇄신을 위해 금요일을 평상복 근무의 날로 정했다.
조직뿐 아니라 실제 제품개발및 신규사업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선 신규사업 육성을 위해 총 5백억엔의 투자기금을 마련했다.
상품 개발기능을 강화하는등 연구개발도 쇄신해 나갔다.
그 결과 오쿠다 사장 취임 1년만에 직원들은 도요타의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의사결정 지연등 대기업병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이런 분위기는 재무제표에 즉각 반영되기 시작했다.
오쿠다 사장 취임당시 1천3백억엔에 머물렀던 순익(net income)은 지난해
무려 3천8백60억엔까지 치솟았다.
2년여만에 3배가까이 끌어올린 것이다.
불과 1.5%대를 오르내리던 순판매수익률(net return on sales)도 3.2%로
2배이상 개선됐다.
영업마진, 캐시플로등 모든 지표들이 95년을 저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피드경영"도 빼놓을수 없는 오쿠다 사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도요타의 기본 경영이념은 고객제일주의.
"스피드"없이는 이 원칙을 지키기 어렵다는게 오쿠다 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취임후 솔선수범해 스피드 경영을 실천했다.
95년 여름 그는 사장 취임 즉시 중국 톈진(천진)과 미국 동부에
엔진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전임 다쓰로 사장이 몇년동안이나 결론을 내지못하고 끌어오던 과제였다.
그뿐 아니다.
인도진출 공식화등 많은 중대사항을 잇달아 결정했다.
사실 "스피드 경영"은 미국식이다.
그러나 오쿠다 사장은 일본전통속에서 스피드 경영을 배웠다.
오쿠다 사장은 일본 최초이자 최고의 상업학교인 히토쓰바시 대학출신이다.
이 학교의 교장은 머큐리.
스피드의 신이다.
학창시절, 그는 유도부 단원으로도 활약했다.
유도에서 승패를 가늠하는 요체는 빠르고 민첩한 몸동작과 신속한
판단 능력.
일본 전통에서 익힌 스피드를 일본식 경영을 깨는데 동원한 셈이다.
이제 오쿠다 사장의 눈은 미래에 꽂혀 있다.
"자연친화적 기술개발로 환경보호에 얼만큼 앞장서느냐에 도요타의
미래가 달려있다"는게 오쿠다 사장의 지론.
지난 9월 도쿄 모터쇼에서 세계최초의 하이브리드 승용차 상용모델
"프리우스"를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이브리드 승용차란 가솔린과 전기겸용의 차세대 무공해 자동차.
오쿠다 사장은 프리우스를 생산원가의 3분의2 가격인 대당 2백15만엔에
출시했다.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사회에 공헌하는 도요타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겠다는 계산이다.
그의 일본식 경영 파괴는 결국 치밀한 미래준비인 셈이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라는 모노컬처(단일문화)에서 벗어나 국제적인
복합기업으로 변신하는게 오쿠다 회장의 미래 비전이다.
오쿠다 사장은 현재 도요타가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21세기로 넘어가는 중간과정이란 얘기다.
21세기 달라진 경영환경에 적응하려면 도요타는 여러사업과 환경,
사회기반시설을 묶는 복합적인 인프라기업이 돼야 한다는게 그의 판단이다.
현재같은 모노컬처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지주회사설립도 검토중이다.
그의 성공비결은 결국 침몰하는 일본주식회사에서 도요타를 떼낸데 있다.
그런면에서 그는 일본식 경영시대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여는 일본기업의
미래상을 상징하는 경영자인 셈이다.
< 노혜령 기자 hroh@ 임완 AT커니 컨설턴트 seoul opinion@atkearney.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