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위가 지난 22일 제시한 3백24개 정부산하.유관기관의 경영혁신
원칙과 기준은 이미 발표된 공기업민영화와 함께 정부개혁의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

정부지원금으로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출연기관을 비롯해 정부업무를 위탁
받거나 보조하는 이들 단체들은 사업규모나 대민업무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방만한 경영과 그로인한 낭비는 일일이 사례를 열거하지
않더라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개혁의 당위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정부의 실행능력이다.

사실 연초의 정부조직개편을 비롯해서 연구기관 경영혁신, 공기업민영화방안
등 그동안 굵직한 개혁조치들이 제시됐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않다.

더구나 금융과 기업들의 구조조정노력에 비하면 한가하기 그지없다는
비판론마저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같다.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바 있는 정부조직개편의 비효율성을 비롯해 형식에
그친 국책연구기관 기능조정, 그리고 반대의견만 무성한채 후속조치가 이뤄
지지 못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추진상황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기관을 통폐합하고, 기능을 재조정하고, 인원을 줄이는 것이 결코
쉽지않은 일임은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기존관행과 질서를 바꿔야 하고 얽히고 설킨 업무관계를 정리하자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예산위원회의 고충도 충분히 짐작할만
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정부개혁부진의 합당한 원인으로 정당화 될 수는 없다.

특히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단계적 또는 점진적 개선이라는 명분아래 기능의
재조정 등 근본대책의 시행을 미룬채 우선 기구축소와 인원감축 등 본질과는
동떨어진 미봉책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과거에도 수없이 보아왔던 그런 방식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흐지부지되기
십상이고 결국 과거로 되돌아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돼왔었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개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진념 기획예산위원회위원장은 지난 22일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세미나에서
정부투자기관의 75개 자회사 가운데 15개 정도만 남기고 60개를 정리하는
한편, 하반기에는 7천여개의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감한 개혁조치에 큰 기대를 걸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럴듯한 원칙과 화려한 계획만 있고 결과는 흐지부지되는 그런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개혁성공의 첫째 조건은 무엇보다도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동일한 잣대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개혁을 주도하는 기획예산위는 이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재다짐할
필요가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