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한글 회생의 열쇠는 PC업체가 쥐고 있다"

한글과컴퓨터(한컴) 이찬진 사장이 "아래아한글지키기운동본부"측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함으로써 일단 "한글"이 다시 살아날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

그러나 "한글"이 완전히 회생하기 위해서는 한컴에 대한 추가투자재원확보,
불법복제추방등 먼저 해결돼야할 과제가 아직도 많다.

이런 가운데 "한글"을 살릴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국내 PC업체들의
대량구매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LG-IBM등 대형 PC업체가 판매하는
제품이 국내PC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워드소프트웨어시장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대부분 PC업체들은 워드프로그램을 번들로 대량구입해 제품에 탑재한
형태로 판다.

구매는 대개 연간계약을 통해 이뤄지며 가격은 일반시중판매가의 10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PC사용자는 따로 워드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사제품인 훈민정음을, 삼보컴퓨터와 LG-IBM 멀티캡
(옛 현대전자 PC사업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S워드, 대우통신은
아래아한글을 각각 PC에 번들로 탑재하고 있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5대 PC업체 가운데 한곳만이 아래아한글을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한글"의 회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관련, 새로 출범한 멀티캡은 그동안 번들로 탑재해오던 MS워드를
"한글"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멀티캡 관계자는 "그동안 MS워드의 가격이 싼 이점때문에 이를
사용해왔으나 한컴으로부터 새로운 제의가 온다면 내년부터 "한글"채택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LG-IBM은 "현 계약이 연말까지 유효하기 때문에 아직 내년 제품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성능과 가격이 원하는 수준이라면 고려할수
있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편 PC업체에 아래아한글 탑재를 권장하는 분위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삼보컴퓨터 제품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워드시장구도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형성된것"이라며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