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지금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그야말로 환영일색이다.

대로변과 관공서 대형빌딩마다 중앙기관의 이전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주요 길목에는 입간판이 세워졌다.

청사 인근에서는 크고 작은 상가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건설현장만 보면 요즘이 IMF 구제금융 시기인지 착각할 정도다.

대전에 정부청사가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첫번째 변화는 이같은 지역경제의
활성화다.

공무원과 그 가족, 각종 연관 업무 종사자의 대이동이 기대심리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베드타운이나 다름없던 둔산 신시가지가 대규모 행정 타운으로 탈바꿈하면서
이미 새 수요를 겨냥한 경기는 일기 시작했다.

아직은 경기회복세가 둔산지구에 한정돼있으나 조만간 인접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게 지역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먼저 부동산 시장.

IMF 이후 급락세를 면치 못했던 부동산 시세가 최근 들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 중개사무소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하루에도 수십건의
전화상담이 쇄도한다.

이곳 둔산지구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1주일간 거래되는 매매.전세계약은
점포당 줄잡아 4, 5건에 이를 정도다.

이렇게 되자 일부 특정 아파트의 소형 평형에서는 매물 품귀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매매 전세 모두 한달전보다 평당 5백만~1천만원 가량 올랐다.

덩치가 큰 준주거용지의 거래도 되살아나 매물 소화에 별 어려움이 없다.

청사 인근에서는 15층 이상의 대형 오피스텔만도 20여개가 들어서는 중이다.

한일부동산 이종권 공인중개사는 "청사 입주 시점이 임박해오면서 둔산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며 "대전청사가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은 더 활기를 띌것 같다"고 전망했다.

상권도 마찬가지다.

종전에는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한 상가가 전부였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신코아와 타임월드점 인근 지역이 둔산의 핵심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까르푸와 최근 월마트로 넘어간 마크로 등 외국계 대형할인점까지
가세, 대규모 상권형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샤크존 등 상가가 청사 주변에 신축되고 있고 롯데백화점이 오는 2000년
오픈 예정으로 둔산에 인접한 계룡로 지역에 건설중이다.

음식점들은 현재까지는 불황을 타고 있지만 공무원이 내려오면 매기가
일것으로 기대한다.

이곳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태씨는 "지금은 직원들 월급주기도 빠듯하지만
다음달부터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부분의 음식점 주인들이
청사 특수를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아직까지는 변리사 관세사 등 관련 사무소들이 내려오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빌딩 사무실의 임대 시세를 물어보는 등 전화문의가 늘고 있어
조만간 "사"자 간판이 많이 걸리지않겠느냐는게 부동산 중개인들의 말이다.

반면 기업들의 대전 지점 설치는 활발한 편이다.

한달 평균 5, 6개소에 이른다.

IMF 이전의 지점 설치와 맞먹는 수준이다.

업종도 제조 판매 컨설팅 용역관리 서비스 등 다양하다.

반짝 호황업체도 생겨났다.

바로 이삿짐센터.

이곳 대전지역의 70여 이사용역업체들은 5t트럭 1대당 80만원선인 이사
비용을 50만원으로 할인키로 합의한뒤 서울까지 원정, 치열한 고객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병선 트랜스무빙사장은 "최근 구도심에서 청사 인근으로 옮기는 이삿짐이
늘었다"며 "공무원들의 이사문의도 잦아 불황탈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공무원과 그 가족 등 모두 1만3천여명이지만
경기 유발에 따른 전체 인구유입 효과는 그보다 훨씬 크다.

대전시정연구단의 김용동박사는 "대전청사 이전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8만명의 순수 인구유입과 5천6백억원(97년 추산, IMF 등을 감안한 수정치는
4천2백억원)의 지역경제(GRDP)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전청사시대의 개막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IMF한파를 비껴갈 수 있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 대전=이계주 기자 leeru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