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24일 발표한 올 상반기 22개 일반은행이 사상 최대규모인
6조7천2백35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경상업무이익은 작년같은기간보다 51.3% 많은 3조6천3백1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9조2천7백41억원의 충당금적립, 부실여신 증가, 주식평가손
때문에 이같이 적자규모가 커졌다고 은감원은 설명했다.

이에따라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획기적인 경영혁신 없이는 이들 은행들이
거센 구조조정의 파고를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하반기에도 수지전망이 밝지 않다

은행들은 이번 사상 최대적자의 가장 큰 원인을 작년에 쌓지 않은 각종
충당금 4조1천5백89억원을 이번에 적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떼일 경우를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이나 유가증권평가 충당금 등 각종
충당금을 1백% 제대로 적립하는 바람에 적자가 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따라 올 하반기에는 추가적립부담이 없어 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은행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부실여신기준이 강화되고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퇴출될
것으로 보여 수지가 개선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 돋보인 은행들

주택 하나 한미은행은 진흙속의 "진주"였다.

한미은행은 업무이익이 지난 상반기 3백27억원에서 1천4백39억원으로
4배, 당기순익은 75억원에서 4백95억원으로 6배 증가하는 등 우량은행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미은행은 지난 1월중 보유주식을 대거 팔아치웠기 때문에 유가증권평가
충당금 부담이 덜해져 이익규모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거래업체들의 부실발생이 적었으며 외환매매익도
짭짤했다고 덧붙였다.

주택은행은 유가증권평가충당금에서 9백47억원이 이익으로 되돌아 왔으며
수수료이익도 많았다고 밝혔다.

흑자규모만으론 장기신용은행이 5백12억원으로 한미은행보다 컸다.

우량은행의 대표주자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흑자규모는 9백85억원에서
2백88억원, 1천1백24억원에서 65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두 은행은 하반기에 호전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람은행도 흑자를 거뒀다.

<> 우량하다는 일부 지방은행도 적자투성이

대구 경남 부산 광주 전북 등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8%를
넘는다던 우량 지방은행들도 적자가 적지 않다.

대구(2천8백82억원), 경남(2천2백82억원), 부산(2천10억원)은행이 2천억원
대로 적자규모가 컸다.

더이상 우량은행명맥을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강원 충북 광주은행은 충당금을 쌓기 전인 업무이익마저 적자를 기록,
부실이 심각함을 드러냈다.

지방은행들이 대규모 적자사태를 기록한 것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경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BIS비율 8%를 넘는 지방은행중에서 자본잠식하는 은행도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은행들은 8월말까지 국제회계법인의 경영진단을 받기로 돼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 6대 선발 적자 상상 이상

정부가 1조5천억원씩을 출자한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이 기록한
1조3천6백37억원과 1조3천3백85억원의 적자는 천문학적이다.

부실을 털어내느라 각각 1조2백억원과 1조2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부출자금을 절반이상(자산재평가등 감안후) 까먹어 해외매각때
얼마나 값을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의 간판은행이라던 조흥 상업 한일 외환은행의 손실폭도 상상 이상이다.

조흥 9천3백20억원, 상업 5천5백68억원, 한일 8천2백4억원, 외환
5천4백91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은 모두 1년전만해도 3백20억~7백억원의 흑자를 냈다.

혹독한 자구계획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홀로서기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 고광철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