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중 가계 최종소비지출이 작년 같은기간보다 10.5% 줄어 소득이
줄어든 비율(GDP기준 마이너스 3.85%)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한국은행발표는 주목할만 하다.

이는 같은기간중 도시근로자가계의 경우 소득과 소비는 각각 2.8% 및 8.8%
줄었으나 저축은 오히려 9.5% 늘었다는 통계청발표와도 궤가 이어지는 것이
기도 하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IMF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 소비를 줄인 것을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는 절대로 없다.

몇년간 분수이상으로 먹고 마시고 썼던 과소비를 줄이는 것은 우리 경제의
거품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발표는 자칫 우리 경제가 소비부진-생산위축-
소득감소-소비부진의 악순환에 빠져 심각한 장기불황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
는 우려를 떨쳐버리기 어렵게하는 측면이 강하다.

소득감소율을 거의 3배나 웃도는 소비감소율이 그런 우려를 갖게한다.

일반적인 경제이론에 따르면 경기후퇴시기에 소득이 줄더라도 소비는
급격히 줄지않기 때문에 경기급변에 대한 안전판역활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최근 동향은 그렇지 않다는게 한은 및 통계청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일본경제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소비가 극히 부진하기
때문이란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들수록 저축을 더 늘리는 일본인들의 "미덕"이
오히려 일본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소득은 줄었는데 저축은 늘어난 우리의 1.4분기동향도 일본과 비슷한
양상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매우 도덕적이라고 풀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80년 등 다른 어느때보다 소비감소율이 높고, 그에따라 저축이 느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경제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라
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IMF상황이 1.2년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모든 근로자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
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경제는 더욱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제앞날에 대한 믿음, 최소한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쟁력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작업을 서둘러야겠지만, 동시에 경기도 부양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소비수요를 부추길 통화공급확대는 구조조정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없지않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미 드러난 환부에 대한 수술과 부도사태속에서 살아남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결코 모순일 수 없다.

내수, 곧 소비수요를 되살려 기업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구조조정과 함께
현안과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