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이다.

올해도 5백만명이상이 산과 바다를 찾으리라 한다.

지난해 7월중순부터 한달동안 전국 주요피서지의 쓰레기량은 5만여t에
달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로 5만2천건이 적발돼 2억4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처럼 쓰레기대란이 일자 정부는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 휴지나 담배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면 5만원, 쓰레기봉지 투기엔 20만원의 과태료를
매겨왔다.

올해는 여기에 대해 8월말까지 해수욕장과 국.공립공원 등에 쓰레기를 버린
사람에게 최고 5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착잡한
심사를 금치 못하게 한다.

"오죽하면"싶으면서도 벌금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답답해서다.

피서지는 청정지역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쓰레기더미가 쌓이는한 멀잖아 이 땅의
피서지는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

누군가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깨끗한 장소를 찾는게 능사가 아니라 한번 묵은
곳이 그대로 남아있도록 보존하는게 중요하다.

고속도로변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봉지를 내던지고 냇가에서 자동차를 "샤워"
시키는 사람은 이땅이 과연 누가 살아갈 땅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거니와 한번 훼손된 자연은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세계 곳곳의 천재지변은 망가진 자연이 얼마나 커다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드러낸다.

"몰운대는 왜 정선에 있었는가"(부제 "지구여, 그래도 하늘만은")라는
황동규 시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난 몇년간 정선은 내 숨겨놓은 꿈... 너무 달아 내쉬다 도로 들이켠 한
모금 공기... 포장안된 순살결의 길... 그러나 이제 모든 길이 포장되었다.
비행기재도 뚫리고 강릉길도 터지고... 길가에 널리는 라면봉지들, 깨어진
소주병들... 남아있는 위험표지판만이 희미한 옛사랑의 흔적일 뿐 마음 온통
빨아들이던 산들도 오늘은 정신놓고 웅크리고 있다. 그러나 그위로 아직,
그렇지 아직, 녹음 켜고 있는 하늘, 녹음의 혼"

벌금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하늘이라도 온전히 지키기 위해 제발 쓰레기 좀
함부로 버리지 말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