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소액주주들이 부실대출을 해준 전직 경영진들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배상금은 소액주주들이 아닌 은행에 전액 귀속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7부(재판장 전효숙부장판사)는 24일 김성필씨등
제일은행 소액주주 52명이 한보 특혜비리로 손해를 봤다며 이철수 신광식
전행장과 이세선 박용이 전직 임원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은행측에 4백억원을 연대 배상하라"며 원고 전액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부실경영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경영진의 개인재산으로
배상하게 한 첫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대주주와 경영권의 전횡에 제동이 걸림으로써 소액주주의
유사한 권한행사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은행업무 종사자들은 기업의 신용도와 담보능력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회수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대출해야 한다"며 "피고들은
한보철강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회수전망이 불투명한데도 장기간 거액
대출을 해준 것은 이사로서의 의무를 회피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제일은행은 이로 인한 이자손실외에 성업공사에
담보채권을 매각하면서 25%를 감액, 모두 2천7백13억원의 원금손실을
본 만큼 원고들의 청구액 4백억원을 모두 인정하는데는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의 소송제기 요건과 관련, "원고들의 주식 보유량이
증권거래법이 정한 보유기준 0.01%를 넘고 6개월이상 보유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대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씨등 원고들은 지난해 6월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에 주식을 위임,
자기자본금이 2천3백40억원인 제일은행 총 주식의 0.5%인 82만주 이상을
확보한 뒤 은행손실액중 일부인 4백억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참여연대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8월중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삼성자동차에 대한 편법출자등과 관련, 회계장부 열람권 청구와 이건희
삼성회장등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