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영인들은 요즘 경영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별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경제신문이 금융기관 임원 60명을 포함해 모두
2백명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제일은행과 소액주주간 소송관련 법원판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 24~25일 이틀동안 설문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경영인들의 사기와
자부심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IMF이전과 비교해 경영의욕을 묻는 질문엔 대체로 높아졌다(14명)와
비슷하다(26명)가 20%에 불과한 반면 별 의욕이 나지 않는다(66명),의욕이
전혀 나지 않는다(94명)는 80%에 달했다.

10명중 8명은 경영에 의욕을 잃고있는 상태라는 의미다.

의욕이 줄어든 이유론 경기부진에 따른 실적부진과 정부간섭이
각각 22%로 가장 많았으며 금융경색에 따른 자금조달 어려움(20%)과
구조조정상 애로(18%)가 그 뒤를 이었다.

경기부진외에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책이
경영인들의 의욕을 오히려 저하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관련,경영인들은 정부의 현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방향은 좋은데
속도에 문제가 있다(46%),속도는 좋은데 방향에 문제가 있다(25%)는등
다소 부정적 대답이 아주 바람직하다(17%)는 응답보다 많았다.

경영인들은 또 경영여건이 IMF 이전보다 훨씬 나빠졌거나(53%),대체로
나빠진(34%) 것으로 대답했다.

경영의욕을 묻는 항목과 비슷하게 경영여건이 대체로 좋아졌다는
응답은 소수(3%)에 그쳤으며 아주 좋아졌다는 경영인은 없었다.

의욕저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묻는 질문에서도 드러났다.

별로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27%)와 실망스럽다(18%),그저 그렇다(25%)등
부정적 응답이 10명중 7명이었다.

이같은 부정적 인식은 국민들이 경영인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체로 인식이 좋지않다(43%),인식이 아주 좋지 않다(7%),그저 그렇다(32%)
등 82%가 부정적으로 보고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국민들이 경영인을 존경할 것이라는 대답은 36명(18%)에 머물렀다.

보수와 관련해서는 비교적 만족(41%)과 그저 그렇다(35%)가 76%를
차지,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엇비슷했다.

경영인들은 또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자리에 위협을 느끼고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조만간 실시할 예정인 기업의 경영인(1백44명)중
본인의 자리에 위협을 느낀 적이 있다는 경영인이 1백24명으로 86%를
차지했다.

또 구조조정과 관련,직원들의 반발로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
(1백16명)도 81%에 달했다.

이사회 운영의 변화에 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사회 운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질문에 소폭 달라졌다(49%)와
많이 달라졌다(43%)가 달라진게 없다(8%)를 훨씬 뛰어넘었다.

달라진 이사회가 과거와 견주어 바람직한가라는 항목엔 바람직한
편이다(52%)와 아주 바람직하다(32%)는 긍정적 대답이 주류였다.

이번 조사에선 회사의 금융기관 대출에 개인적으로 보증을 서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이에대해 보증을 실제로 서고 있는 경영인은 34명으로 17%선이었으며
이가운데 중소기업 경영인이 25명으로 74%를 차지했다.

회사규모가 작을수록 오너등으로부터 보증을 서도록 요구받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회사경영과 관련해 보증을 서도록 요청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1백3명(51%)이 그런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밖에 IMF 관리체제 극복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
느냐에대해선 3년(35%)과 3~5년(32%)이 가장 많았으며 5~10년을 꼽은
경영인도 40명(20%)에 달했다.

반면 1~2년이면 위기를 극복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영인은
22명(11%)에 그쳤다.

강현철 기자 hckang@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