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미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심지어 마이너스성장률로 급전직하, 경기가 후퇴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오는 31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 기간중 성장률이 마이너스 1.5%에서
플러스 1%사이에 들어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치가 어떻게 나오든 미국경제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작년(3.7%)이나 올 1.4분기(5.4%)성장률과 비교할때 미국경제도 "맛이 가고"
있다는 얘기다.

각종 경기지표들이 호조일변도에서 이탈하고 있는 것에서 미 경제의 변색을
쉽사리 읽을 수 있다.

줄곧 떨어지던 실업률이 올라가기 시작하고 증가하던 산업생산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공장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

올들어 지난 5월까지의 무역적자액은 6백49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었다.

외환위기로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는 아시아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탓이다.

수출감소는 궁극적으로 생산활동위축으로 귀결되면서 경기부진을 초래하게
된다.

소비자경기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신뢰도는 7월에 104.8로 전달(105.6)보다 내려갔다.

향후 3개월동안 소비자들의 내구재구입 의향을 보여주는 경기신뢰도의
하락은 앞으로 미국경제가 예년만큼의 활황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신호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미국만의 전유물이라고 큰소리쳐 온 "고성장.저물가"
의 신경제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둔화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관심의 초점은 성장둔화의 정도.

결론부터 말하면 2.4분기에는 역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이 추세가 하반기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경기부진을 나타내는 지표 못지않게 경기확대를 보여주는 지표들도 여전히
많다.

증가율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소매판매액이나 신규주택 착공수는 늘어나고
노동생산성은 높아지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도 상승세를 지속중이다.

경제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중 하나인 앨런 그린스펀 미
연준리(FRB)의장은 향후 경기를 낙관한다.

얼마전 경제상황중간보고서를 통해 경제펀더멘털(기본여건)이 튼튼하다며
올해 성장률이 3~3.2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록 2.4분기에는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하반기에는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조업계 경영자들의 견해도 비슷하다.

최근 실시된 한 경기전망 설문조사에서 미국 1천대 제조업체의 임원들은
3.4분기부터 경기가 다시 호전될 것으로 응답했다.

물론 낙관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여러가지 변수가 많다.

무엇보다 아시아경제가 가장 큰 변수다.

아시아의 경기불황이 더 심화돼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하반기에도 계속
줄어들면 미국경제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아직까진 낙관론이 우세하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미국경제의 앞날이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