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렸던 러시아의 경제위기는 일단 최악의 고비를 넘긴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백12억달러 규모 긴급자금 지원 발표후 러시아 금융
시장은 한숨을 돌리고 있다.

올들어 60%가까이 주저앉은 주가는 "일보전진 반보후퇴"를 거듭하며 회복
되고 있다.

평가절하 위기에 직면했던 루블화도 불안하나마 달러당 6.2루블대에서
등락의 진폭을 줄여가고 있다.

그러나 안정을 논하기엔 분명 시기상조라는 게 국제금융계의 시각이다.

우선 경제회생을 가름할 경제개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

IMF가 구제금융 지원조건으로 요구한 초긴축 정책들이 지나치다는 반발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반발들이 정치 불안과 맞물려 정부와 의회의 충돌을 구조화하고 있다.

의회안에 많은 지지파를 확보하고 있는 러시아 석유업계가 최근 정부에
대해 IMF에 굴욕적으로 무릎을 꿇었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나선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IMF와의 협상을 타결시킨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령 특사는 예산적자 규모를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2.8%까지 감축하고 재정악화의 주범인 3개월이하
단기채권도 발행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현 재정상태로 볼때 이같은 목표를 실현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게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정적자의 감축은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보조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에
타격을 주고 이는 사회불안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러시아의 달러 박스인 석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바닥권을 맴돌고 있는
것도 재정확보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만성적인 지하경제의 탈세와 정치부패를 혁파해 세수를 늘리겠다는
복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공화국 출범이래 줄기차게 지적되어 왔던 고질적인 병폐가
과연 단기간에 극복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올해 2%성장을 이루겠다던 러시아 정부의 꿈은 이미 "잘해야 마이너스 0.5%"
로 낮아진지 오래다.

만일 개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러시아 경제는 또다시 극심한 혼돈에
빠져들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의 경제난이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 남미에
전염될 가능성이다.

사실 전문가들이 러시아 경제난에 우려의 시각을 갖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