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는 "위안화 가치를 현 수준에서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의 다이샹룽 총재는 "일본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 한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는게 그 이유다.

그러나 중국 경제를 들여다 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위안화 평가절하 불가"방침이 중국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게 확연
하다.

특히 수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 고평가로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받고 있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올상반기 중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일본 수출은 1백36억7천만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4.3% 줄었다.

한국과 아세안국가들에 대한 수출 역시 각각 30.2%와 12.9% 감소했다.

전체 수출증가율은 올해 목표치인 10%에 못미치는 7.6%에 그쳤다.

이같은 수출부진은 경제성장에 영향을 줘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목표치(8%)에 미달하는 7%에 그쳤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 고수"정책은 외환시장에도 왜곡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현재 위안화의 공식환율은 달러당 8.2위안선이지만 암시장에서는 9.5위안
선에 거래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불안해지자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내놓지 않아
달러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상반기에만 약 2백억달러의 수출대금이 중앙은행
(중국인민은행)으로 흘러들지 않았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는 곧 통화공급량 축소를 의미한다.

달러 환전을 통해 방출돼야할 위안화가 은행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통화공급량 축소는 내수위축과 투자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해외투자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5월 중국의 해외투자 유치액은 작년 5월보다 약 7% 줄어든 31억7천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 4월에도 중국에 대한 해외투자는 19% 감소했었다.

무리한 위안화 방어가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단시일내에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상황으로 볼때 위안화 방어노력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서방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