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도현(37)씨의 어른을 위한 동화 "사진첩"(거리문학제)과 시인
이정록(34)씨의 짧은 이야기집 "발바닥 가운데가 오목한 이유"(청년정신)가
나란히 나왔다.

이들 작품집에는 시적 감수성으로 삶의 속내를 포착하려는 젊은 시인들의
촉수가 섬세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안씨의 "사진첩"은 빛바랜 흑백사진을 통해 존재의 뿌리를 찾아가는
시간여행 기록이다.

개인의 초상뿐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 한국 현대사의 명암이 함께
묻어있다.

부모님의 낡은 혼례식 사진부터 사과 한 알을 앞에 놓고 찍은 돌사진,
벌거벗고 세발자전거를 타는 유년시절의 누드, 고등학교 졸업반 때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진까지.

그 속에는 혁명공약과 박카스 문화사진관 국민교육헌장 도리우치
휴대용전축도 담겨있다.

편물점에 다니던 봉자 누나가 극장출입 때문에 혼나는 대목이나 극장
간판그림을 그리는 "환쟁이"의 얘기도 추억앨범을 풍요롭게 하는 필름들이다.

그는 오래된 사진 속에서 슬며시 빠져 나오며 "추억이란 존재의 뿌리이다.

나는 그것을 슬쩍 건드려보고 싶다.

되도록 아프지 않게 살살"이라고 속삭인다.

이씨의 "발바닥 가운데가 오목한 이유"에는 자연과 생명체에 관한 단상이
독특한 화법으로 채색돼 있다.

작은 생명들이 빚어내는 "마이크로 월드"의 경이와 세상의 밝고 어두운
빛깔들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비춰진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닿아야 할 곳을 알고 태양을 출발하는 햇살, 평생을 갇혀 살았으면서도
막상 떠나는 것을 무서워하는 수족관속의 금붕어, 상처를 바라보는 눈과
마음이 틀렸다고 반성하는 소나무.

사람살이도 이와 같다.

사소한 것들에서 배우는 눅진한 교훈이 "시인의 렌즈"를 타고 세상밖으로
나와 빛이 된다.

"자기가 꿰매는 신발에 수많은 곤충들이 밟혀죽는게 걱정돼 잠 못
이루다가 발바닥 가운데가 오목한 이유를 발견하고 신발에 뒤축을 만들어
단 사람"의 얘기에서 자연과 인간의 미세혈관을 이어주는 깨달음을 확인하게
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7일자 ).